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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곰삭한 맛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 >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가슴 흐린날에는

당신이 지어주신

그리움을 읽고

눈 부시게 맑은날에는

점 하나만 찍어도 알 수 있는

당신의 웃음을 읽고

저녁 창가에

누군가 왔다 가는 소리로

빗방울 흔들리는 밤에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 담긴

기다림 읽어내는

내 생애

가장 소중한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바람 지나면

당신의 한숨으로 듣고

노을 앞에서면

당신이 앓는 외로움

저리도 붉게 타는구나

콧날 아리는

사연으로 다가오는

삼 백 예순 다섯통의 편지

책상 모서리에 쌓아두고

그립다..

쓰지 않아도 그립고

보고 싶다..

적지 않아도 우울한

내 생애

가장 그리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여태껏

한 번도 부치지

못한 편지는

당신..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당신이

괜찮은 척 하는 만큼

나도 괜찮은 것 이라고

당신이 참아내는

세월 만큼

나도 견디는

척 하는 것 이라고

편지 첫머리 마다

쓰고 또 쓰고

싶었던 편지도

당신..이라는

사랑이었습니다

내 생애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편지 였듯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답장도

삼 백 예순 다섯 통의

당신이었습니다

- 유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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