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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김수환 추기경

<광야의 유혹>

<광야의 유혹>

세상에는 믿음을 거스르는

유혹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 유혹은 빵, 즉 먹고 사는 것과

허영과 권세에 대한 유혹입니다.

이것들은 모든 인간이

매일같이 겪는 유혹입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굶주림을 채우려는 생리적 욕구와

사회적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

출세와 권세 욕구,

남 위에 서서 남을 지배하고 싶은

지배 욕구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욕구를 채우는 데에서

인간은 살맛이 나고,

자기실현을 할 수 있으며,

그것이 인생의 성장이고

곧 목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얼핏 보면 그럴듯하지만 사실은

의식 무의식 중에 다 거기 빠져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으로

우리를 자기중심적인 인간,

이기주의적인 인간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내 욕구를 채우고 싶은

그런 이기주의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행복과 불행이 여기서 나옵니다.

먹고 사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생존 문제이니

그거야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가난하고 굶주려있다 해도

모두가 자기 배만 채우려 든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남을 밀쳐내고 잘못하면 죽이기까지 하는

아비규환의 세상을 만들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모두가 인정받기만을 원하고

칭찬과 갈채를 받는 허영을 추구한다면,

그리고 남 위에 올라서서 지배하고

권세를 누리기만 바란다면

그런 세상 역시

절대로 평화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서로 다투고 싸우고 죽이는 세상,

먹고 먹히는 세상에 될 것입니다.

사람이 그렇게 배불리 먹는 데만 골몰하고,

허영만 추구하며 출세와 권세만을 꿈꾼다면

그는 올바른 인간이 되지 못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세상은

인간다운 세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죽음과 멸망을

스스로 불러들이는 죄악의 세상이요,

악마가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세상은

날로 더욱 그런 모습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각자 안에서

그런 죄가 날로 커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결국 우리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정이 끊어지고, 사랑이 메마르고,

사회는 불의와 부정이 득세하게 됩니다.

이런 개인주의에 빠지면

하느님까지도 결국은 무시하고 등지게 됩니다.

하느님까지 개인 뜻대로 되어 주어야만 하느님이지,

아니면 하느님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기를 서슴지 않게 됩니다.

악마가 우리의 개인주의적 심리를 이용해서

결국 빠뜨리고 싶은 것은

이렇게 하느님을 등지게 하여

하느님을 배반하고 떠나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모든 유혹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이고,

모든 죄의 본성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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