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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묵시록15.1-4.루카21.12-19)

                         <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

종말을 걱정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부터 영원을 살고자 노력합시다!

지금에야 종교 자유 시대를 만끽하며 살아가지만,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예수님 이름 때문에 권력자들과 세상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미움과 적개심과 박해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주님께 최우선권을 드린 이유로 부모도 뭣도 모르는 불효자로 낙인찍혔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대역죄인, 사형수라는 타이틀이 뒤따랐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마치 굴비 엮듯이 줄줄이 엮여 법정으로, 감옥으로 끌려갈 때, 길가에 나와선 사람들은 마치 징그러운 벌레 바라보듯이 바라보았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살아생전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것을 지상 최고의 행복으로 여긴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삶과 죽음을 초월했습니다. 주님으로 인한 고통과 시련의 강도가 커져갈수록, 이 세상 너머의 또 다른 주님 나라에 대한 희망과 기쁨으로 충만했습니다. 더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주님 나라에서 누릴 행복으로 충만했습니다.

극심한 고통이 삶을 휘감을 때면 그들은 주님께서 남겨주신 희망과 구원의 말씀 머릿속에 떠올리며 힘을 냈습니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루카 복음 21장 17~19절)

안 그래도 요즘 머리카락이 왕창왕창 빠져나가 걱정이 태산인데, 주님께서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시니, 마음에 세상 편안해지고 따뜻해집니다.

종말에 관한 복음을 읽으실 때 마다 많은 분들께서 걱정들을 하십니다.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끔찍한 광경이 펼쳐지고, 이윽고 종말이 다가올 것이라는 경고성 말씀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내린 결론은 너무 걱정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철저하게도 자비의 하느님이십니다. 자나 깨나 그분께서 생각하시는 고민 한 가지는 우리 모든 인류의 구원입니다. 우리 모든 인간의 영혼 구원을 위해 늘 노심초사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안개 속 같은 다음 세상 역시 그렇게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그 세상은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이 세상 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세상임에 확실합니다. 이 세상보다 훨씬 하느님 사랑이 충만한 세상이 확실합니다.

다음 세상을 걱정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부터 영원을 살고자 하는 각오가 더 중요합니다. 오늘부터 천국을 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바로 지금 내 안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더 시급합니다.

종말은 오랜 기다림의 완성입니다. 열심히 달리고 달린 사람들, 최선을 다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표창장이 수여되는 은총의 순간이 종말입니다.

하루하루를 충만히 살아온 그리스도인들에게 종말의 순간 머리카락 하나 잃지 않을 것이고, 인내와 수고의 보답으로 영원한 생명이 상급으로 주어질 것입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