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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지상의 일만 생각하지 말고, 천상의 일도 생각해야겠습니다!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묵시록20.1-4.11-21.2루카21.29-33)

지상의 일만 생각하지 말고, 천상의 일도 생각해야겠습니다!

예수님 말씀의 특징 중 가장 우세한 것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백성들도 잘 이해할 정도로 쉽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예수님께서 다양한 비유나 예화를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지역의 주변 환경과 자연 현상들도 자주 활용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무화과나무도 포도나무와 더불어 근동 지방의 주요 나무 중에 하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무화과나무 잎이 돋고 지는 것을 통해 종말, 주님의 날을 잘 준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저 역시 시골에 살면서 주변 자연 현상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실생활에 적극 활용하는 편입니다. 개구리가 합창하면 곧 비가 오겠구나, 하며 이런저런 대비를 합니다. 아침 해무가 자욱하면 날이 낮에는 햇빛이 창창하고 덥겠구나, 생각합니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은 물고기들도 불안해져 입질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애써 출조를 하지 않습니다. 폭우가 내려 흙탕물이 바다로 유입되면 아무리 물때가 좋더라도 돌게나 골뱅이들이 모래 깊이깊이 숨어버리니 나갈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자연의 징조에 대해서는 정확하고 치밀하게 관찰하고 대비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주님의 날에 대한 준비는 소홀한 저를 향한 예수님 말씀이 날카롭습니다.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루카 복음 21장 29~31절)

그날이 가까이 다가오는 표징들을 확인할 때마다 우리 삶을 다시 한번 정리정돈해야겠습니다.

지상의 일만 생각하지 말고, 천상의 일도 생각해야겠습니다. 세속적인 것은 조금씩 줄이고, 천상의 것들, 정신적인 것들, 영적인 것들을 늘려가야겠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합당한 새로운 삶의 방식과 생활양식을 갖추도록 준비해야겠습니다.

우리는 하루 온 종일 너무나 많은 시간 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시선은 지나칠 정도로 엉뚱한 것들, 비본질적이고 부차적인 것들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정작 가장 중요한 영원한 나라에 대해서는 조금도 관심이 없고, 단 한치 눈앞의 이익이나 재미에 온 신경이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