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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김수환 추기경

<삶의 가치>

 

<삶의 가치>

아무리 어려운 환경일지라도

그런 가운데 삶의 가치는 주어져 있습니다.

그 가치를 보다 값지게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참되고 올바르게 사람답게 사는 데는

돈이라는 자본이 필요치 않습니다.

오히려 오늘의 퇴폐적 정신 풍조 속에서

사람답게 참되고 올바르게 살려면

돈이라든가 권력 앞에 굴하지 않고,

또 그것을 가졌더라도 갖지 않은 자와 같이

겸손하고 청빈하며

그런 것을 초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이 우리를

오늘날 철두철미하게 부패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심의 자유까지도 앗아 가고 있습니다.

현대인의 비인간화는

바로 그러한 물질주의와 배금사상에서 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잡은 권력에서 옵니다.

금력과 권력 앞에

인간은 노예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자유를 빼앗고

양심의 자유까지 박탈해 갑니다.

우리는 참으로 인간답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사회도, 겨레도, 세계도, 인간다운 사회,

인간다운 겨레와 세계가 되어 주기를 희망합니다.

우리가 갈구하는 것은

숫자와 마술을 부리는 GNP의 증가가 아닙니다.

우리 자신의 참된 인간적인 모습입니다.

인정이요, 사랑이며, 양심이고 진실입니다.

울 일이 있을 때 진정으로 함께 공감하며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마음들의 소통입니다.

불신 사회가 아닌 믿음의 사회,

사회 부정 이니 부패니

하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좋을 의로운 사회,

암담하지 않은 밝은 사회,

참됨과 올바름과 빛으로

가득 찬 희망찬 사회입니다.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인정과 정의에 넘치는 따뜻한 세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잃어가는

인간성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첫째로, 어떤 유혹이나 어떤 위협이 있어도

양심의 자유를 잃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느님과 사람 앞에

떳떳할 수 있도록 진실해야 합니다.

계속 진실을 추구해야 합니다.

양심에 따라 사는 사람은 하느님과 함께 삽니다.

둘째로, 그럼에도 약한 인성으로 말미암아

진실에서 멀어졌을 때는 솔직히 그것을 시인하고

뉘우치며 자신의 약함을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겸허한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그것은 참된 용기입니다.

셋째로, 진정한 이웃인 인간을 사랑해야 합니다.

우리를 지금 인간으로서 구원하고

영원히 살게 해 주는 것은 사랑입니다.

돈도 권력도, 지식이나 명예나 지위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영원히 남는 것은 사랑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 안에 사는 인간입니다.

이렇게 살 때, 삶은 우리에게 값진 것이 됩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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