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보 김수환 추기경

<진정한 행복>

<진정한 행복>

오늘의 세상, 모든 것이

물질 위주로 흐르는 세상에서는,

그리스도의 설 자리가

어디인지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오늘날은 물질이 제일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의식주 해결이 큰 문제이고,

전체적으로 돈, 권력, 이런 것이 제일입니다.

한마디로 부귀영화를 바랍니다.

그래서 너도 나도 이것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개인도 그렇고, 나라와 나라 사이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돈과 권력, 이런 것은

과연 인간을 행복하게 합니까?

인간은 정말 이런 것만 있으면 족합니까?

모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행복은 어디서 옵니까?

돈도 좋고, 권력도 좋지만 이런 것이

인간의 행복의 전부라고는 아무도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현대는

너무나 물질 위주로 흘러간 나머지,

물질적 가치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기보다는

불행하게 만드는 경우를 더 많이 봅니다.

그렇다고 의식주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나 참된 행복은 마음의 평화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이 참되게 살 때,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 때입니다.

바로 인간이 진리의 인간, 정의 인간,

사랑의 인간이 될 때에

우리는 진실히 행복과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진리, 정의, 사랑, 더 나아가 자유에 대한

인간의 갈망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큽니다.

이런 것이 있을 때에, 물질적 가치도

인간에게 보탬이 되는 소중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인간은

진리, 정의, 사랑, 자유를 필요로 합니까?

이것이 없으면 인간은 인간답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사람은 무엇입니까?

또 진리, 정의, 사랑, 자유는 무엇이기에

인간은 이것들을 필요로 합니까?

우선 진리를 한 예로 들어 봅시다.

진리는 무엇입니까?

추상적인 것,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인간은 이것을 반드시

필요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는 진리는 수학적,

물리 화학적 원리 같은 것입니까?

우리가 찾는 진리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찾는 진리는

인간의 지성과 마음을 밝혀 주는 빛이요.

인간을 다시 살리는 생명이요,

인생을 올바르게 인도해 주는 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진리는 추상적인 것일 수는 없고,

수학적, 물리 화학적 원리에 불과할 수도 없습니다.

진리는 존재하는 것,

인간이 존재하는 이상으로 존재하고,

인간이 살고 있는 이상으로 살아 있는 것,

생명 자체인 어떤 분이십니다.

바로 진리 자체이신 하느님이십니다.

사람이 이 진리를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람이 진리 자체이신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사람에게 음식을 배부르게 먹어야 사는

육신만이 이니라, 진리를 먹고 살아야

참되이 사는 마음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이 진리 자체이신

하느님을 얻기까지 평안치 못하고,

이 진리를 얻음으로써 비로소 인간다워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는 누구이십니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말씀이요,

하느님과 같은 분이시며,

만물은 이 말씀에 의해 만들어졌고, 생겨난 모든 것은

이 말씀으로부터 생명을 얻습니다.

그리고 이 말씀이 사람이 되어 오셨는데

이분이 바로 그리스도이십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 안에 창조되었고,

생활하고, 움직이고, 존재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의 말씀대로

‘하느님의 말씀은 곧 진리입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말씀인 그리스도는 곧 진리입니다.

우리가 찾고 있고, 우리가 필요로 하고,

그것이 없으면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없는 그 진리이고,

그것을 얻음으로써 인간은 참되이 살고,

완성될 수 있는 그 진리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는 바로 인간이 찾는 진리,

인간이 목말라 하고 배고파하고,

인간을 다시 살리는 그 진리이십니다.

그러기에 그리스도 자신도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모든 이에게

전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분이 모든 인간의 길이요,

모든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진리요,

모든 인간을 참으로 살리는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그리스도는

동시에 우리가 찾는 정의요, 사랑이십니다.

그런데 그리스도를 우리는 어떻게 전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그리스도를 참으로 살아야 합니다.

우리 자신부터 그분의 길을 가고, 그분의 진리를 따르고,

그분의 정의와 사랑을, 그분의 생명을 살아야 합니다.

그때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남에게

진정으로 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십니다.

그분은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의 화신입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이 우리를 죄와 죽음에서 구하시기 위해

사람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신 분, 그분이 그리스도입니다.

하느님과 그리스도는 이렇게까지

절대적으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의 죄, 잘못, 불완전, 나약함,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끊임없이 사랑하시고, 용서하시고, 받아 주시고,

또한 당신 자신을 남김없이 주십니다.

우리는 어디서보다도 우리를 위하여 목숨까지 바친

십자가상의 그리스도 안에 이같이 당신을 주시고,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리스도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같은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 그리스도의 사랑을 믿는 것입니다.

크리스천 생활이란 우리가 스스로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힘으로, 그분의 생명으로 살 때

우리는 진실한 크리스천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그리스도 안에 살 때,

다른 이들에게 그리스도를 참으로 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분의 사랑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분처럼 우리 이웃을 사랑하고,

그분처럼 가난하고 약한 이, 억눌린 이들과

소외된 이들을, 병자와 나그네를,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내 몸 같이 사랑함으로,

우리는 진실히 그리스도로 사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시대의 진리의 주인이 됩시다.

정의의 구현자가 됩시다. 그리고 만사에 있어서

모든 이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됩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그리스도를 모든 이에게 전하는 길입니다.

이 길은 쉽지 않습니다. 십자가의 길입니다.

그 길은 바로 우리를 참되이 살리고 이웃을,

우리 겨레를, 또한 온 세계를 살리는 길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모든 것을 창조하고 살리는

사랑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바보 김수환 추기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가치>  (0) 2024.05.29
<부부사랑, 그리스도처럼>​  (0) 2024.05.26
<참으로 마음이 가난한 이는 행복합니다.>​  (0) 2024.05.15
< 사랑의 삶 >  (0) 2024.05.11
<참된 인간>  (1) 2024.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