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드리는 기도>
주님, 지금껏 살아오면서
당신께는 무엇이든지
그저 달라고만 요구가 많았습니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즉흥적으로 해놓고는
스스로 부담스러워한 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니 계시다고 외면해버리기엔
너무도 가까운 곳에서 저를 부르시는 주님
아직도 기도를 모르는 채 기도하고 있는 저를
내치지 않고 기다려주시는 주님
이제 많은 말은 접어두고
오직 당신의 이름만을 끊임없이 부르렵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의 후렴처럼
언제라도 쉽게 기억되는 당신의 그 이름이
저에겐 가장 단순하고 아름다운
기도의 말이 되게 하십시오
바쁜 일손을 멈추고
잠시 하늘의 빛을 끌어내려 감사하고 싶을 때
일상의 밭에 묻혀있는 기쁨의 보석들을 캐어내며
당신을 찬미하고 싶을 때
새로운 노래를 부르듯이 당신을 부르렵니다
사소한 일로 짜증을 내고싶거나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싹틀 때
여럿이 모여 남을 험담하는 자리에서
선뜻 화제를 돌릴 용기가 부족할 때
나직이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마음을 깨끗이 하렵니다
제 삶의 자리에서, 주님
누구도 대신 울어줄 수 없는 슬픔과
혼자서만 감당해야할 몫의 아픔들을
원망보다는 유순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더 깊이 고독할 줄 알게 해 주십시오
당신이 계시기에
고독 또한 저를 키우는 산이 됩니다
앞으로 살아갈 모든 날에도
끝없이 불러야할 당신의 그 이름을 부르며
깊디 깊은 마음의 샘에서
줄기차게 길어올리는 신뢰와 사랑이
당신께 드리는 제 기도의 시작이요 완성이오니
주님, 이렇게 다시 드리는 저를
다시 받아 주십시오
- 이해인
'깊은 묵상 옹달샘-이해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그럴까, 우리는> (0) | 2024.06.06 |
---|---|
< 예수님 마음 > (0) | 2024.06.03 |
< 사랑은 찾아나서는 기쁨임을 > (0) | 2024.05.24 |
<성모님께 바치는 시> (0) | 2024.05.17 |
<꽃과 기도> (0) | 2024.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