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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묵상 옹달샘-이해인

<다시 드리는 기도>

<다시 드리는 기도>

주님, 지금껏 살아오면서

당신께는 무엇이든지

그저 달라고만 요구가 많았습니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즉흥적으로 해놓고는

스스로 부담스러워한 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니 계시다고 외면해버리기엔

너무도 가까운 곳에서 저를 부르시는 주님

아직도 기도를 모르는 채 기도하고 있는 저를

내치지 않고 기다려주시는 주님

이제 많은 말은 접어두고

오직 당신의 이름만을 끊임없이 부르렵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의 후렴처럼

언제라도 쉽게 기억되는 당신의 그 이름이

저에겐 가장 단순하고 아름다운

기도의 말이 되게 하십시오

바쁜 일손을 멈추고

잠시 하늘의 빛을 끌어내려 감사하고 싶을 때

일상의 밭에 묻혀있는 기쁨의 보석들을 캐어내며

당신을 찬미하고 싶을 때

새로운 노래를 부르듯이 당신을 부르렵니다

사소한 일로 짜증을 내고싶거나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싹틀 때

여럿이 모여 남을 험담하는 자리에서

선뜻 화제를 돌릴 용기가 부족할 때

나직이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마음을 깨끗이 하렵니다

제 삶의 자리에서, 주님

누구도 대신 울어줄 수 없는 슬픔과

혼자서만 감당해야할 몫의 아픔들을

원망보다는 유순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더 깊이 고독할 줄 알게 해 주십시오

당신이 계시기에

고독 또한 저를 키우는 산이 됩니다

앞으로 살아갈 모든 날에도

끝없이 불러야할 당신의 그 이름을 부르며

깊디 깊은 마음의 샘에서

줄기차게 길어올리는 신뢰와 사랑이

당신께 드리는 제 기도의 시작이요 완성이오니

주님, 이렇게 다시 드리는 저를

다시 받아 주십시오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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