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깊은 묵상 옹달샘-이해인

<왜 그럴까, 우리는>

<왜 그럴까, 우리는>

자기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는

그리도 길게 늘어놓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에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네

아니, 처음부타 아예

듣기를 싫어하네

해야 할 일 뒤로 미루고

하고 싶은 것만 골라 하고

기분에 따라

우선순위를 잘도 바꾸면서

늘 시간이 없다고 성화이네

저세상으로 떠나기 전

한 조각의 미소를 그리워하며

외롭게 괴롭게 누워 있는 이들에게도

시간 내어주기를 아까워하는

건강하지만 인색한 사람들

늘 말로만 그럴듯하게 살아 있는

자비심 없는 사람들 모습 속엔

분명 내 모습도

들어 있는 걸

나는 알고 있지

정말 왜 그럴까

왜 조금 더

자신을 내어놓지 못하고

그토록 이기적일까, 우리는.....

- 이해인 <꽃잎 한 장처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