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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김수환 추기경

<겸손· 믿음· 사랑>

 

<겸손· 믿음· 사랑>

겸손은 무엇입니까?

어떤 분이 겸손을 설명하여

그것은 땅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발아래 있는 땅은

모든 것 아래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오물과 썩은 것을

땅에 버립니다.

땅은 자신을 완전히 열고

이 모든 것을 받아들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땅은

자신을 이렇게 열고 있기 때문에

하늘에서 내리는 태양 빛과 빗불을 받아서

그 썩은 데서 새로운 생명을 싹트게 하고,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겸손입니다.

그분은 실로

우리 모두의 죄와 나약까지도

다 당신의 가슴에 품으셨습니다.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하여

당신이 죽으셨습니다.

땅에 떨어져 썩음으로

많은 열매를 맺는 밀알이 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 주님의 겸손을

깊이 묵상하고 배워야 하겠습니다.

우리 순교 선열들이

모진 박해의 고초 속에서

목숨 바쳐 증거한 믿음을 기리고

본받는 데는 의미가 있습니다.

순교 선열들에게 있어서

하느님은 참으로 모든 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은

모든 생명과 존재의 근원이시오

구원이시며, 빛과 희망, 기쁨이었습니다.

"하느님과 함께 있을 때 모든 것을 얻고

하느님과 함께 있지 않을 때

모든 것은 허무이다"

라는 것을 이분들은 깊이 깨달았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 순교 선열들은

박해 하에 천주교를 믿으며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기고

목숨까지 잃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신명을 바쳐 이를 힘차게 증거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같이 굳센 믿음입니다.

하느님을 진실히 모든 것 위에,

모든 것에 앞서

믿고, 사랑하고, 따르는 삶입니다.

또한 우리 순교 선열들은

그 어려운 박해 속에서 서로 사랑하기를

친형제같이 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순교자들의

전기에서 잘 볼 수 있습니다.

이분들은 박해의 손길을 피한 피난 중에는

서로가 궁한 처지이면서도

가진 모든 것을 나누었습니다.

체포되어 혹독한 고문 아래

문초를 받을 때에는 서로 격려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함으로써

믿음을 굳건히 지키도록 도왔습니다.

순교 선열들의 이 같은 믿음과 사랑은

박해자들까지 감동시켰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박해자들 중에서

회개하고 영세 입교하여 자신도 순교자가 되는

경우마저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같은

깊이의 신앙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같이

우리들의 모습은 빛날 것입니다.

우리는 진실히 이 땅의 소금,

세상의 빛이 될 것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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