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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왜 절해유?

한강의 작품 속 불교 색채, 노벨문학상으로 빛나다​

한강의 작품 속 불교 색채, 노벨문학상으로 빛나다

‘채식주의자’에서 드러나는 무상과 해탈의 상징

부친 한승원의 불교 세계관, 한강 문학에 스며

소설가 한강. 한강 작가 홈페이지(https://han-kang.net).

소설가 한강(54) 작가가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월 10일(현지시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는 독창적인 문학 세계와 강렬한 시적 문체로 세계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의 작품은 한국의 역사적 상처와 인간의 고통, 그리고 존재론적 질문을 탐구하며, 이를 통해 인간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특히 한강의 소설에서는 불교적 세계관이 자주 드러나, 독자들에게 내면의 성찰을 요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강의 문학 세계 형성에 큰 영향을 준 인물로는 부친 한승원 작가가 꼽힌다. 한승원 작가는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다수의 소설을 집필해왔다. 그의 작품은 삶과 죽음, 덧없음을 주제로 불교적 성찰을 담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승원 작가의 사상은 자연스럽게 한강의 작품에도 스며들어, 한강의 문학에 불교적 색채를 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한강 작가의 작품 ‘채식주의자’.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는 불교적 세계관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주인공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고 자기 소멸을 추구하는 여정을 떠나는데, 이는 인간의 폭력성과 실존적인 고통에 대한 저항, 여기에 불교의 모든 것이 변하고 영원하지 않다는 무상의 가르침이 배어있다. 영혜가 세속적 욕망과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은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과 맞닿아 있으며, 이를 통해 그녀는 존재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또한, 영혜의 언니 인혜는 불교적 자비와 상통한다.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며 동생을 돌보는 인혜의 모습은 보살(菩薩)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보살은 자신의 해탈을 미루고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서원을 세운 존재로, 인혜의 이타적 행동은 불교적 자비심을 잘 나타내고 있다.

한강 작가의 작품 ‘소년이 온다’.

불교적 주제는 ‘소년이 온다’에서도 발견된다. 이 소설은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죽음과 상실을 겪은 인물들이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렸다. 불교에서 말하는 생사(生死)의 윤회와 고통의 연속성은 이 작품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한강은 이를 통해 인물들의 내적 치유 과정을 심도 있게 그려냈다.

한강의 작품 전반에 나타나는 불교적 요소는 인간 존재의 연약함과 덧없음을 탐구하며, 고통과 구원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시한다. 특히 그녀의 문체는 고요하고 명상적이며, 불교적 수행의 과정과 닮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강의 문학적 성취가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어진 것은, 그녀의 작품이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에게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킨 덕분이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강의 작품과 작품에 담긴 불교적 세계관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기대된다.

이창윤 전문위원 nolbune@beopbo.com

[1749호 / 2024년 10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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