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이 지나고>
태풍이 지난 뒤
아침에 일어나니
지붕의 기와가 떨어지고
유리창이 깨지고
장독대의 항아리가 부서진
태풍의 위력을
무력한 표정으로
우린 그저 바라만 보네
나는
조그만 침방 앞 베란다에
무더기로 떨어진
솔잎들을 쓰는데
웬일이야?
태풍 때문에
슬픈 일도 많지만
태풍 덕분에
숲은 대청소를 하는군
옆방의 수녀님 혼잣말에
고개를 끄덕이는데
하늘은
처음 본 듯 푸르고
흰 구름은
처음 본 듯 신비하게
다시 다시
어여쁘네
- 이해인 <꽃잎 한 장처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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