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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堂-감사 찬미 제사

대림 제4주일

                                 대림 제4주일

              (이사 7,10-14 . 로마 1,1-7. 마태 1,18-24)

우리 안에 그분께서 기쁘게 탄생하시도록 작은 공간 하나 마련해드려야겠습니다!

요즘 일기예보 적중률이 대단합니다. 한파에 이은 폭설이 내린다는 예보에 근심 가득 안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눈을 뜨니 소나무 가지가 휠 정도로 폭설이 내렸습니다.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서둘러 마을 입구로 달려가, 긴 비탈길에 쌓인 눈을 치우고 또 치웠습니다. 눈의 두께가 만만치 않아,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땀으로 다 젖었습니다.

눈을 쓸 때마다 제 오랜 허물과 상처, 죄와 부끄러움도 쓸어내린다는 마음으로 싹싹 쓸었습니다. 그랬더니 멋진 길이 하나 나더군요.

그 길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쓸었는데, 차가 못 올라와서 발을 동동 구르던 캠핑온 가족들이 그 길을 밟으며 지나갔습니다. 근심 가득했던 얼굴들이 환하게 변하며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안전한 귀가를 위해 축복해드렸습니다.

가끔 공공 근로 독거 어르신들 앉으셔서 담소를 나누시던 정자 마루와 주변에 잔뜩 쌓인 눈도 말끔히 치워드렸습니다. 자칫 잘못해 눈길에 미끄러져 낙상이라도 하시면 남은 인생 심각해지는 동네 어르신들도, 조심조심 제가 열어놓은 길을 따라 걸어가시니, 참 다행이고 안심입니다.

벌써 대림 제4주일입니다. 마리아와 요셉께서도 곧 탄생하실 아기 예수님을 위해 각자 주어진 처지에서 최선을 다해 길을 닦으셨습니다.

성탄이 아무리 수백 번 수천 번 반복된다 할지라도 우리 각자 안에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시지 않는다면 그 성탄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도 임박한 예수님의 탄생을 고대하며, 오실 그분을 위한 작은 길 하나 닦아야 할 순간입니다. 우리 안에 그분께서 기쁘게 탄생하시도록 작은 공간 하나 마련해드려야겠습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