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판관13.2-7.24-25.루카1.5-25)
<가브리엘 천사가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알리다.>
10년 전, 남미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남미 선교사 모임에 참석하기 위함이었지요. 3박 4일의 모임 일정을 마치고, 힘들게 이곳에서 언제 다시 올지 몰라서 같이 갔던 신부들과 페루 관광을 갔습니다. 수도인 리마로 갔다가 다시 쿠스코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쿠스코는 잉카 문명의 고대도시인 마추픽추에 가려면 반드시 들려야 할 곳입니다.
쿠스코 공항에 내리는 순간,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아파서 아무것도 생각하기 힘들었습니다. 오로지 힘들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고산병 증세였습니다. 며칠에 걸쳐 천천히 올라와야 하는 길을 비행기로 단숨에 3,399m 높이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이때 산소의 중요함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상시에는 산소를 들이마시고 내뱉는 것이 어렵지 않아 그 고마움을 전혀 모릅니다. 하지만 산소량이 부족한 곳에 오니 평상시에 느끼지 못했던 ‘산소’가 얼마나 중요하고 감사해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이 산소가 바로 하느님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평상시에는 우리와 늘 함께하시는 하느님께 대해 감사의 마음을 잘 갖지 않습니다. 또 자기에게 중요한 분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어렵고 힘든 시간을 겪는 순간 하느님의 부재를 체험하면서 힘든 시간을 겪게 됩니다.
불평불만을 외칩니다. 하느님을 불합리한 분이고, 차별하시는 하느님이시고, 질투의 하느님이라며 원망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이 순간이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 할 때였습니다. 하느님 없이는 도저히 혼자 살 수 없음을 깨달았어야 했습니다.
즈카르야가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세례자 요한 잉태 소식을 듣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기였습니다. 그러나 이를 감사하면서 받아들이기보다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루카 1,18)라면서 하느님의 능력이 세상의 기준보다 높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느님보다 세상을 더 믿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즈카르야는 말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게 믿음 없는 상태에서는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세상에 제대로 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산소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처럼, 하느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분입니다. 이렇게 꼭 필요한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의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구원의 기쁜 소식을 받아들이면서 감사의 기도를 바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힘겨운 상황에 처했을 때 부정적 결정을 내리지 마라. 침울할 때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마라. 기다려라. 폭풍은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봄이 올 것이다(로버트 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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