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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목 축일 샘-法頂

< 산에 오르면 >​

< 산에 오르면 >

산을 건성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산은 그저 산 일 뿐이다

그러나 마음을 활짝 열고

산을 진정으로 바라보면

우리 자신도 문득 산이 된다

내가 정신없이 분주하게 살 때에는

저 만치서 산이 나를 보고 있지만

내 마음이 그윽하고 한가할 때에는

내가 산을 바라본다 ―산

산에 오르면

사람들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무의미한 말의 장난에서 벗어나

입 다물고

자연의 일부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밖으로만 향했던

눈과 귀와 생각을

안으로 거두어들여야 한다

그저 열린 마음으로 무심히

물레를 바라보면서 쉬어야 한다

복잡한 생각은 내려놓고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의 숨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간의 언어로 인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얼마나

눈 멀어 왔고 귀 먹어 왔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남의 얼굴만을 쳐다보다가

자신의 얼굴을

까맣게 잊어버리지 않았는지

돌이켜 보아야 한다

남의 말에 팔리지 말고

자기 눈으로 보고

자신의 귀로 들어야 한다

자연은

때 묻고 지친 사람들을

맑혀 주고

쉬도록 받아들인다

우리는

그 품안에 가까이 다가가

안기기만 하면 된다

법정 스님이 산과 관련된 시를 많이 썼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에 동화돼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