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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

(1요한4.11-18.마르6.45-52)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는 것을 보았다.>

정답은 하나뿐입니다. 하느님의 품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오래전 젊은 시절, 마음 맞는 형제들과 의기투합해서 어설프기 짝이 없는 뗏목 하나를 만들어 바다로 나간 적이 있습니다. 낚싯대도 드리우고, 드러누워 하늘도 올려다보고, 참 좋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좋은 시절은 늘 찰나의 순간이었습니다. 물살이 멈추는 정조 상태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썰물이 시작되면서 저희가 탄 뗏목이 떠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육지는 점점 까마득해지고 저희는 점점 큰 바다로 흘러가 몇 시간 동안이나 표류를 계속했습니다. 이러다 죽는가보다는 생각과 함께 점점 공황상태에 빠져드는 순간 작은 어선 한 척이 저희를 발견했습니다.

구릿빛 젊은 선장은 우선 저희를 안심시키더군요. “이젠 됐슈. 아무 걱정들 마유.” 그러면서 어선의 꼬리에 저희가 탄 뗏목을 묶어 안전하게 항구에 내려줬습니다. 그 젊은 선장의 모습이 얼마나 고맙고 멋있던지 마치 예수님을 뵙는 듯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제자들 역시 비슷한 체험을 했습니다. 갈릴래아 호수를 건너가던 중에 강한 맞바람을 만납니다. 하필 날까지 저물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죽을 고생을 했습니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새벽녘까지 노를 저었지만 배는 언제나 그 자리였습니다. 전문직 어부 출신인 제자들이었지만 탈진한 상태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습니다.

그 순간 물위를 걸으시는 예수님의 모습에 제자들은 혼비백산해서 비명까지 질러댔습니다. 아수라장이 된 제자들의 배 위로 예수님께서 올라가십니다. 제자들을 향해 건네시는 한 말씀은 얼마나 따뜻했는지 모릅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르 6,50)

참으로 위엄이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 얼마나 큰 위로를 주는 말씀인지 모릅니다. 빵과 물고기의 기적으로 당신의 메시아성을 백성들 앞에 확연히 드러내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물위를 걸으심으로써 당신의 초인간적 위대성, 당신의 신적 본질의 신비를 드러내는 현현(顯現)을 통하여 제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자신을 계시하십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오늘 이 순간 인생의 고해(苦海)을 건너가고 있는 우리 각자에게도 동일하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갖은 우여곡절과 역풍 속을 헤쳐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 옛날 제자들을 안심시켰듯이 우리의 마음도 안심시킵니다.

인간, 근본적으로 유약한 존재입니다. 쉼 없이 흔들리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 성인께서는 이렇게 고백하셨습니다. “주님, 저희의 마음은 당신을 향하도록 창조되었기에 당신 안에 쉬기까지 편할 날이 없습니다.”

결국 더이상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더이상 근심하지 않기 위해서 정답은 하나뿐입니다. 하느님의 품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하느님 울타리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선장인 교회란 배에 승선하는 일입니다.

어두운 밤 갈릴래아 호수 위에서 있었던 예수님의 현현은 큰 의미를 지닙니다. 유다 문학 안에서 깊은 물은 악의 세력으로 여겨집니다. 예수님은 악과 어둠과 죽음의 정복자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생명의 부여자로 자리매김하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다의 물결을 당신 발 아래 두십니다. 그분의 옥좌는 광란하는 파도보다 높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분은 거센 역풍을 다스리실 능력의 소유자이십니다. “그들이 탄 배에 오르시니 바람이 멎었습니다.”(마르 6,51)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현존을 통해 제자들의 근심과 두려움을 사라지게 하고 보호와 축복을 약속하십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