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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

2023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 전 금요일

(요한1서5.5-13.마르1.7-11)

<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

성지를 산책하다가 문득 처음 성지개발을 시작했던 2004년 1월이 생각났습니다. 혼자 와서 성지의 황량함에 참 많이 당황했었습니다. 성당도 없고, 사제관도 없었습니다. 야외에는 나무도 거의 없어서 부족함 그 자체가 갑곶성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그해 봄에 선배 신부님께서 성지가 너무 휑하다면서 벚나무 15주를 가져다주셨습니다. 직접 땅을 파서 심으면서도 이런 척박한 땅에서 과연 나무들이 잘 자랄까 싶었습니다. 이 벚나무를 시작으로 계속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러나 자갈 많은 척박한 땅이라 죽는 나무가 더 많았습니다.

올해가 2023년이니, 벌써 20년이 되어갑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성지도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요? 사람은 변하지 않을까요? 30대의 젊고 열정이 넘쳤던 저 역시 변해서, 게으른 50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자기 변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다른 이의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면서 다른 이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부정하고 자기 고집만을 내세웁니다.

요한은 예수님에 대해 이렇게 선포합니다.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마르 1,7)

당시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가득 받고 있었던 요한입니다. 그래서 섬김받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만도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기 뒤에 오실 예수님을 겸손하게 증언합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도 큰 겸손을 보이십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사람인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십니다.

겸손함으로 상대를 받아들이는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이십니다. 그리고 이때 하늘이 갈라지며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내려오며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 1,11)

이렇게 겸손함으로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을 하느님께서는 사랑하십니다. 나의 겸손함으로 이웃의 변화, 그리고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는 자기를 이기는 자,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끝없이 배우는 자, 가장 부유한 사람은 항상 만족할 줄 아는 자, 가장 행복한 사람은 매번 감사하며 사는 자(탈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