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전 금요일
(요한1서5.5-13.마르1.7-11)
<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
오늘 내 처지가 어떠하든 하느님께서는 나를 극진히 사랑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요르단강에서 세례받으시는 장면이 장엄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세례를 받고 뭍으로 올라오시는 예수님 머리 위로 하늘이 갈라지더니, 성령께서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셨습니다. 이어 하늘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코 복음 1장 11절)
세례자 요한의 지극한 겸손의 덕이 돋보이기도 합니다.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보다 백만 배 천만 배 더 겸손하신 예수님의 모습이 이어집니다. 만왕의 왕 하느님 아버지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과 같으신 분, 인간에게 세례를 받으실 이유가 전혀 없는 분, 무죄하고 순결한 하느님의 어린 양이신 분께서 한갓 피조물에 불과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십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 피조물인 한 인간 앞에 무릎을 꿇으셨습니다. 회개할 죄라고는 티끌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예수님께서 인간 앞에 엎드려 회개와 참회의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놀라운 자기 낮춤이며 겸손의 덕입니다.
당신의 외아들 예수님의 극단적 자기 낮춤 앞에 마음이 흐뭇해지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이렇게 외치십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오늘도 하느님께서는,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또 다른 아들들인 우리 각자를 향해 똑같은 톤으로 외치실 것입니다. 비록 우리가 아무리 자격 없는 자녀, 죄와 결핍투성이의 부끄러운 자녀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과분한 칭송을 받는 우리 역시 주변 사람들, 자녀들, 손주손녀들, 제자들에게 이렇게 외쳐야겠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이 세상 살아가는 우리가 인생 끝나기 전까지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 할 진리 하나가 있다면 바로 이것입니다. 오늘 내 처지가 어떠하든 하느님께서는 나를 극진히 사랑하신다는 것, 비록 우리가 샛길로 빠진다 해도 나를 당신 눈동자보다 더 소중히 여기신다는 진리에 대한 강한 확신.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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