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경 >
잠잘 때
책상 위에 벗어 놓은
아빠의 안경과
그 곁에 나란히 누워 있는
내 안경에는
두 다리가 달렸지
투명한 창 너머로
잘 닦인 마음의 길을 따라
책 속의 글자들이
얼마나 또렷한
발자욱을 남기고 걸었는지,
하루 종일 걸어서
발이 아픈 안경은
지금 잠이 들었어
내 안경은 꿈을 꾼다
더 멀리
더 크게 보는 꿈을,
먼 길을 떠났던
아빠의 안경도
오늘 밤 꿈을 꾸겠지
아마 더 자세히 보려는 꿈일 거야
- 동시 하인혜<엄마의 엽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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