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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

2023년 1월 14일 연중 제1주간 토요일

(히브4.12-16.마르2.13-17)

<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

해외 성지순례를 가면, 종종 가이드가 이렇게 말합니다.

“사진 찍을 시간을 충분히 드릴 테니, 제 설명 좀 들어주세요.”

비싼 돈 내고 해외 성지순례 왔는데, 사진만 찍어서 가면 얼마나 아깝냐는 말도 하십니다. 그런데 이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남는 것은 사진뿐이다.’

설명을 잘 들으면 분명히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 기억의 한계 때문에 3일만 지나도 좀처럼 기억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해외 성지순례 중에 보는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잘 기억하지 못할 테니, 열심히 사진 찍으세요. 남는 건 사진뿐입니다.”

설명도 중요하지만, 사진도 중요합니다. 특히 자신이 찍은 사진에는 마음에 각인될 수 있는 기억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는 존재라고 합니다. 추억이 없으면 지금을 행복하게 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사람도 지나간 일 전부를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 이때 그 기억을 도와주는 것이 ‘사진’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으로 추억을 떠올리고, 지금을 더 잘 살게 해 줍니다.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 역시 이 사진과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 아닐까요? 예수님께서 과거에 그러했음을 떠올리면서 지금 희망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도 그렇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무시하고 경멸했던 세리인 알패오의 아들 레위에게 “나를 따라라.”(마르 2,14)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의 집에 가셔서 그의 동료인 다른 세리들과 함께하며 먹고 마십니다. 이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르 2,17)

이 장면을 여러분의 사진기로 찍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죄에 기울어져서 좌절하고 절망에 빠졌을 때, 이 사진을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맞아. 주님께서는 나 같은 죄인도 사랑하시지.”라면서 힘을 다시 내지 않겠습니까? 성경 말씀은 새로운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시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예수님을 계속 떠올리게 하는 것입니다. 특히 주님의 사랑에 감동하여 예수님처럼 살게끔 합니다.

주님의 사랑을 내 마음의 사진기로 분명하게 찍어 놔야 합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 바로 잡아주는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변한다(헨리 데이비드 소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