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주간 토요일
(히브4.12-16.마르2.13-17)
<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
오늘도 주님께서는 다시금 우리 죄인들을 당신 제자로 부르십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유대인들이 지니고 있었던 ‘죄인’에 대한 개념은 참으로 혹독한 것이었습니다. 죄인은 의인의 반대편에 서 있던 사람들, 거룩한 유다 전통을 따르지 않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죄인은 회당 출입이 금지되었고, 일반 사람들과의 접촉도 불가능했을뿐더러, 법정에서 증인으로 설 수도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인간도 아니었습니다. 당시 이방인 노예와 동급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랍비들은 죄인들을 ‘회개 불가능한 존재’ ‘구원의 대상에서 제외된 존재’로 규정하였던 것입니다. 알패오의 아들 레위는 이런 죄인이란 빨간 딱지를 가슴에 달고 그렇게 살았던 것입니다.
알패오의 아들 레위는 ‘세관에 앉아 있는’(마르코 복음 2장 14절) 이란 표현을 참고했을 때, 보통 세리가 아니라 대단한 세리, 카파르나움에서 힘 꽤나 쓰던 세관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당시 국경을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요충지였던 카파르나움에서 통행세 징수를 총괄하고 있었습니다.
꽤나 높은 자리에 앉아있던 레위, 꽤나 많은 재산을 모았던 레위였지만,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은 마치 징그러운 벌레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었습니다. 더구나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받을 수도 없었고, 회개의 가능성조차도 부여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울적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런 세리 레위에게 예수님께서 다가가십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제거 대상으로 여겼는데, 그분께서는 치료의 대상으로 바라보셨습니다. 스스로를 세상과 하느님의 민폐로 여겼는데, 그분께서 자신을 용서하시고 치료하실 뿐 아니라 당신 제자단에 가입시켜주셨습니다.
모두가 외면하던 나를 눈여겨보시고, 나에게 다시 한번 새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그분의 은혜가 너무 커서 그냥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동료 세리들, 죄인들을 모두 불러모았습니다. 한바탕 큰 잔치를 벌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다시금 우리 죄인들을 당신 제자로 부르십니다. 어째서 저 큰 죄인들, 부당한 죄인들을 제자로 부르시냐고 따지는 이들에게, 똑같이 말씀하시면서 말입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르코 복음 2장 17절)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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