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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김수환 추기경

< 조건 없는 사랑의 마음을 키워가세요 >

                < 조건 없는 사랑의 마음을 키워가세요 >

수년전, 미국 워싱턴에서 비행기 추락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때 포토맥강 다리에 부딪혀 떨어진 비행기의 앞 부분은 물에 빠졌고 뒤에 탓던 여섯 명 중 한 사람만이 구조되지 못했는데, 그 한 사람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비행기가 추락하자 근처에 있던 경찰 헬기가 즉시 구조에 나섰고 구원을 요청하는 이들에게 구명줄을 내려 주었는데, 50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그 줄을 받아서 매번 옆 사람을 주었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구조되었고 마지막으로 이 50대 남자를 구하기 위해서 헬기가 다시 갔을 때에는 물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고 합니다. 헬기 조종사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극한 상황 속에서 영웅적으로 남을 돕는 사람은 보았지만, 이 사람처럼 헌신적인 사람은 본 일이 없다고 말하면서 그를 구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였습니다.

참으로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 남자는 발이 삐어서 부득이 구명줄을 남에게 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아름다운 감동이 감소될 것 같지만, 나는 그래도 이 남자의 아름다운 마음씨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설령 발이 묶여 할 수없이 그렇게 되었다 해도 그가 보여준 자세만은 헌신적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구원받지 못한다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남을 생각해주기는 힘듭니다. 내가 살 수 없을 바에야 남까지 살지 못했으면 하는 충동을 지니기 쉬운 게 인간입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자신이 구조될 수 없다는 절망적 상황에서도 남이 살 수 있게끔 도왔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씨입니까?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그의 이름을 모르는 것을 보면, 그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생명의 줄을 남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어쩌면 그는 자진해서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의 절망적 상태 속에서 남을 생각하는 마음은 참된 사랑의 마음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인간 속에 이런 마음이 있어서 견디어 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랑의 마음은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우리가 이 사랑의 마음을 키워 갈 때, 세상은 빛과 희망을 얻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할 때에만 그 사랑으로 사람을 깊이 알 수 있습니다.

참된 지식, 지혜는 참된 사랑을 얻습니다. 인간의 삶의 목적, 인간의 내재적 신비까지도 압니다. 또한 조건 없이 자신을 내줄 만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가장 자유를 누리는 사람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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