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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는 곧 경청 >
대화가 단절되면 서로 못 삽니다.
대화가 없으면 가정도 파탄되고, 스승과 제자, 성직자와 신자, 그리고 정치인과 국민 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화가 없으면 그 사회는 존립할 수도, 그리고 힘을 기를 수도 없습니다.
내 나름대로 붙인 말입니다만, 소위 '살아남기주의', 즉 어떡하면 내가 이 세대에서 살아남느냐 하는 병에 우리 모두가 걸려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 대 개인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누구를 사랑했는데 내가 배신당했다!" "저 사람을 믿었는데 속았다!", 그러므로 이제는 "남을 믿을 것도 아니고 남을 사랑할 것도 아니다. 이제부터는 내 앞길만 닦자!"는 어떤 심리적인 폐쇄라고 할까, 자기 마음을 꽉 닫고서는 몇 겹으로 문을 잠그고 자물쇠를 채우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마음이란 것은 남과 만남으로써 그 문이 열리고, 그래야만 마음이 성장하고 꽃을 피울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폐쇄되어 있으니, 마음이 얼어붙고 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상태가 바로 그 얼어붙은 상태입니다.
자꾸 해 보지만 속는 것도 많고 배신당하는 것도 많으니, 사람들이 자꾸 폐쇄적으로 되어 가는 경향을 나타내는데, 본질적으로 인간은 폐쇄되어서는 망하고 맙니다.
사실 내 마음을 남의 마음으로 바꿀 수도 없고, 또 남의 마음을 내 마음으로 가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역시 어느 정도의 다원성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가지만이 절대적인 것도 아니며 절대적일 수도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어떤 문제라도 서로가 서로를 존중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고, 대화를 할 때 나의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주입시키려 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들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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