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3주일
(탈출 17,3-7.로마 5,1-2.5-8.요한 4,5-42)
< 솟아오르는 영원한 생명의 샘물 >
이 세상 그 어딜 가도 채워지지 않는 근원적 갈증에 매일 허덕이는 오늘 우리들!
오늘 소개되고 있는 사마리아 여인과 예수님의 만남 장면은 하느님께서 허물투성이요 죄인인 우리 인간에게 어떻게 접근하시고, 어떻게 대하시며, 어떻게 동반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복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 사마리아 여인이 아무도 없는 대낮 정오 무렵에 물을 길으러 마을 공동 우물가를 찾았습니다. 근동 지방의 정오 무렵은 햇빛이 강렬함으로 인해 너무나 뜨겁고 건조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급적 외출을 삼갑니다. 따라서 아낙네들 더위가 한풀 꺾인 해질녁 우물가로 모여 들었습니다. 거기서 그녀들 특유의 잡담과 뒷담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여인은 하필 정오 무렵 물을 길으러 우물가로 나왔습니다. ‘정오 무렵 우물가!’ 이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여인은 사람들을 피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동네 여인들의 입방아를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그녀는 다섯 번이나 남편을 교체했던 사연 많은 여인이었습니다. 이 여인이 다섯 번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난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그녀 내면에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컸던 것입니다. 아마 이 세상 그 누구도 그녀의 욕구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주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여인은 혹시나 하고 이 남자 저 남자를 찾아 헤매다녔던 것입니다.
은혜롭게도 이런 욕구불만의 사마리아 여인에게 예수님께서 다가가십니다. 평생을 두고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는 않는 여인의 갈증을 채워주시기 위해 예수님께서 직접 다가서십니다. 이윽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보십시오! 예수님만이 그녀 내면의 깊은 상처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만이 그녀가 평생토록 지고 왔던 십자가의 무게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예수님께서 건네주시는 생명의 물 한잔으로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땅으로 건너올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건네시는 물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의 물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건네시는 물은 다름 아닌 구원의 샘물입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그랬듯이 우리에게도 생명의 샘물을 건네십니다.
자비하신 예수님과 ‘참 만남’, ‘일생일대의 은혜로운 만남’을 통해 여인은 서서히 자신이 처한 비참한 실상을 파악해 나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끝도 없는 갈망을 영원히 채워주실 분이 바로 자기 앞에 앉아 계신 예수님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선생님이야말로 제 평생의 갈증을 채워주실 분이십니다.”라고 고백하기에 이릅니다.
사마리아 우물가에서 예수님께서는 참된 리더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내담자이며 상담 고객인 사마리아 여인을 밀어붙이지도 않습니다. 그릇되게 살아온 삶에 대해 질책하지도 않습니다. 편안하게 말할 수 있도록 놔주십니다. 그렇다고 완전 방임하지도 않습니다.
스스로 다 털어놓을 수 있도록 자극도 주시고, 다른 한편으로 격려도 하십니다. 천천히 인내롭게 과정을 밟으면서 그를 영원한 구원의 샘물로 인도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시대 참된 리더의 전형을 잘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 그 어딜 가도 채워지지 않는 근원적 갈증에 매일 허덕이는 오늘 우리들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예수님 존재 자체가 그 지독한 갈증을 영원히 채워주실 생명수이십니다. 감사하고 기뻐하면서 주님께서 매일 건네시는 영원한 생명의 물을 받아 모시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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