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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곰삭한 맛

<장례식장에서>

<장례식장에서>

슬픈 석고상 같은 얼굴을 하고

망자의 뒤를 따른다

관속으로 들어갈 차례를

암시라도 하듯

맏이는 앞에 둘째는 그 뒤에

그리고 손주들은 또 그 뒤에

줄줄이 서서

천천히 사라져 간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색조 없는 하얗고 누런 옷들

아! 저 모습들이

왜 그리 편안해 보일까

인간의 악은

색깔에서 시작되었나보다

더 앞서 보이려는

다투는 그 마음에서

- 안병숙(카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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