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서>
슬픈 석고상 같은 얼굴을 하고
망자의 뒤를 따른다
관속으로 들어갈 차례를
암시라도 하듯
맏이는 앞에 둘째는 그 뒤에
그리고 손주들은 또 그 뒤에
줄줄이 서서
천천히 사라져 간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색조 없는 하얗고 누런 옷들
아! 저 모습들이
왜 그리 편안해 보일까
인간의 악은
색깔에서 시작되었나보다
더 앞서 보이려는
다투는 그 마음에서
- 안병숙(카타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