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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목 축일 샘-法頂

<단순함의 삶이란?>

<단순함의 삶이란?>

단순함이란

그림으로 치면

수묵화의 경지이다.

먹으로 그린 수묵화.

이 빛깔 저 빛깔

다 써 보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먹으로 하지 않는가.

그 먹은 한 가지 빛이 아니다.

그 속엔 모든 빛이

다 갖춰져 있다.

또 다른 명상적인

표현으로 하자면

그것은 침묵의 세계이다.

텅 빈 공의 세계이다.

단순과 간소는

다른 말로 하면

침묵의 세계이다.

또한 텅 빈 공의 세계이다.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이

이 단순과 간소에 있다.

우리는 흔히

무엇이든지 넘치도록

가득 채우려고만 하지

텅 비우려고는 하지 않는다.

텅 비워야 그 안에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텅 비어야

거기 새로운 것이 들어찬다.

우리는 비울 줄을 모르고

가진 것에 집착한다.

텅 비어야 새것이 들어찬다.

모든 것을 포기할 때,

한 생각을 버리고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진정으로 거기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다 텅 비었을 때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텅 비었을 때

그 단순한 충만감이,

바로 극락이다.

- 법정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