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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목 축일 샘-法頂

< 수행은 마음을 쓰는 일 >​

< 수행은 마음을 쓰는 일 >

눈이 내리지 않으니

겨울이 완전히 빙하처럼

얼어붙었습니다.

…흔히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 말이 얼마나 무례한 표현인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물이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그토록 부드럽고 맑고 투명한 물이

한번 굳게 얼어붙으니

도끼로 깨도 잘 깨지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도

주변 상황에 의해 한번 얼어붙으면

그처럼 견고해 집니다.

모진 마음을 먹으면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들리지 않습니다.

'심여수心如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은 물과 같다는 뜻입니다.

물은 흘러야 합니다.

그것이 살아 있는

물의 징표이고 생태입니다.

물은 흐름으로써

자신도 살고 만나는 대상도 살립니다.

저는 이번 겨울

새삼스럽게 물의 생태,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날마다 시시각각으로 느꼈습니다.

물이 한곳에 갇혀 있거나

고여 있으면

그 생명력을 잃고

급기야 부패하고 맙니다.

우리 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마음 역시 굳어 있거나

어디엔가 갇혀 있으면

온전한 마음이 아니고

병든 마음입니다.

물이 흘러야

그 생명력을 유지하듯이

마음도 살아서 움직여야만

건강한 마음이 됩니다.

절에서 마음 닦는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까?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

마음을 쓰는 일'입니다.

순간순간 마음 쓰는 일이

곧 수행입니다.

마음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서

삶이 꽃피어 날 수도 있고

꽉 막힌 벽을

이룰 수도 있습니다.

<법구경> 첫머리에

이와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이 근본이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말을 하거나 행동하면

괴로움이 그를 따른다.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이."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즐거움이 그를 따른다.

마치 그림자가 그 실체를 따르듯이."

이 역시 <법구경>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마음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내 삶이 달라집니다.

남의 일이 아닙니다.

각자 자기 마음이

작용하는 것을 살펴보십시오.

내가 한 생각 일으켜서

마음을 냉혹하고

매정하게 쓸 수도 있고,

봄바람처럼 훈훈하고

너그럽게 쓸 수도 있습니다.

어떤 마음이 참마음인가는

우리 각자가 느끼면 압니다.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되면

그것은 나의 본마음입니다.

그러나 마음이 불안하거나 불편하고

무엇인가 개운치 않다면

내 본 마음이 아닙니다.

수행은 어렵게 화두를 들거나

염불을 외기 전에

마음을 쓰는 일입니다.

인간관계를 통해

현재의 자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인은 내 마음을

밝게 할 수도 있고

어둡게 할 수도 있는

하나의 매개체이자 대상입니다.

어디에도 걸림 없이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려면

만나는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남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의 삶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2006년 2월 12일 겨울안거 해제 법문

- 법정 스님< 일기일회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