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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묵상 옹달샘-이해인

<비 오는 날의 연가>

<비 오는 날의 연가>

스무 살에 수녀원에 와서

제일 먼저

비에 대한 시를 썼다

풀잎 끝에 달린

빗방울이 눈부셨다

비를 맞으며

많이 웃었다

일흔 살 넘은 지금

비가 오면

몸이 많이 아파서

마음 놓고 웃을 수는 없지만

떨어지는 빗줄기

기도로 스며들고

빗방울은 통통 튀는

노래로 살아오니

힘든 사람부터

사랑해야겠다

우는 사람부터

달래야겠다

살아 있는 동안은

언제 어디서나

메마름을 적시는

비가 되어야겠다

아니 죽어서도

한줄기 비가 되어야겠다

- 이해인 꽃잎 한 장처럼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