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시禪詩 모음 ◆
山氣鐵寒風滿壑 (산기철한풍만학)
산기운 쇠같이 차가운데
바람 봉우리마다 가득하구나<경허>
● 冶父道川 (야부도천)
得樹攀枝未足奇 (득수반지미족기) 나뭇가지 잡음은 족히 기이한 일이 아니니
懸崖撒手丈夫兒 (현애철수장부아)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장부로다.
水寒夜冷魚難覓 (수한야냉어난멱) 물은 차고 밤도 싸늘하여 고기 찾기 어려우니
留得空船載月歸 (유득공선재월귀) 빈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 오도다.
● 豫章宗鏡 (예장종경)
雲卷秋空月印潭 (운권추공월인담) 구름 걷힌 가을하늘의 달이 못에 비치니
寒光無際與誰談 (한광무제여수담) 찬 빛의 끝없음을 누구와 더불어 얘기할거나.
豁開透地通天眼 (활개투지통천안) 천지를 꿰뚫는 안목을 활짝 여니
大道分明不用參 (대도분명부용참) 대도가 분명하여 참고할 게 없도다.
● 摩訶衍 韻 -- 碧松智嚴 (마가연 운 -- 벽공지엄)
一衣又一鉢 (일의우일발) 온 한 벌, 한 바리때여
出入趙州門 (출입조주문) 조주의 문을 들며 날며 했구나.
踏盡千山雪 (답진천산설) 첩첩산 저 눈골 다 밟은 후에
歸來臥白雲 (귀래와백운) 흰구름 위에 누워 돌아온다.
● 黃檗希運 (황벽희운)
塵勞逈脫事非常 (진로형탈사비상) 번뇌를 벗어나는 일이 예삿일이 아니니
緊把繩頭做一場 (긴파승두주일장) 승두를 단단히 잡고 한바탕 공부할지어다.
不是一番寒徹骨 (부시일번한철골) 추위가 한 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爭得梅花撲鼻香 (쟁득매화박비향) 어찌 코를 찌르는 매화향기를 얻을 수 있으리오.
● 작자미상
本是山中人 (본시산중인) 본시 산에 사는 산사람이라
愛說山中話 (애설산중화) 산중 이야기를 즐겨 나눈다.
五月賣松風 (오월매송풍) 오월 솔바람을 팔고 싶으나
人間恐無價 (인간공무가) 그대들 값 모를까 그것이 걱정.
● 冶父道川 (야부도천)
千尺絲綸直下垂 (천척사륜직하수) 천 척의 낚싯줄을 곧게 드리우니
一波載動萬波隨 (일파재동만파수) 한 물결 일어나매 많은 물결 따라 인다.
夜靜水寒魚不食 (야정수한어부식) 밤은 고요하고 물을 차서 고기는 물지 않고
滿船空載月明歸 (만선공재월명귀) 배에 허공만 가득 싣고 밝은 달 속에 돌아온다.
● 少林斷臂 -- 靑梅印悟 (소림단비 -- 청매인오)
一揮霜刀斬春風 (일휘상도참춘풍) 서릿날 휘둘러 봄바람 베어냄에
雪滿空庭落葉紅 (설만공정란엽홍) 눈 가득한 빈 뜰에 낙엽이 붉다.
這裏是非才辯了 (저리시비재변료) 이 가운데 소식을 그대여 알겠는가
半輪寒月枕西峯 (반륜한월침서봉) 반 조각 추운 달이 서봉을 베고 누워있네.
● 작자미상
春有百花秋有月 (춘유백화추유월) 봄에는 갖가지 꽃, 가을에는 달,
夏有凉風冬有雪 (하유량풍동유설) 여름에는 맑은 바람, 겨울 눈이라
若無閑事掛心頭 (약무한사괘심두) 마음에 걸림없이 한가롭다면
更是人間好時節 (갱시인간호시절) 이야말로 인간세상 호시절이라.
● 雪竇重顯 (설두중현)
牛頭沒馬頭回 (우두몰마두회) 소대가리로 사라졌다 말대가리로 돌아오나니
曹溪鏡裏絶塵埃 (조계경리절진애) 조계의 거울 속엔 티끌 먼지 전혀 없다.
打鼓看來君不見 (타고간래군불견) 잘 보라고 북을 두드려도그대 못 보나니
百花春至爲誰開 (백화춘지위수개) 봄이 오면 꽃들은 누굴 위해 피는가.
●過邸舍聞琴 --淸虛休靜 (과저사문금 -- 청허휴정)
白雪亂織手 (백설란직수) 눈인 듯 고운 손 어즈러이 움직이니
曲終情未終 (곡종정말종) 가락은 끝났으나 情은 남았네.
秋江開鏡色 (추강개경색) 가을江 거울빛 열어서
畵出數靑峯 (화출수청봉) 푸른 봉우리 두엇 그려낸다.
● 冶父道川 (야부도천)
山堂靜夜坐無言 (산당정야좌무언) 산 집 고요한 밤, 말없이 앉았으니
寂寂寥寥本自然 (적적요요본자연) 고요하고 고요해서 본래 이러하구나.
何事西風動林野 (하사서풍동임야) 무슨 일로 서풍은 잠든 숲 깨워
一聲寒雁淚長天 (일성한안루장천) 한 소리 찬 기러기 장천을 울며 가는고.
●過古寺 -- 淸虛休靜 (과고사 --청허휴정)
花落僧長閉 (호락승장폐) 꽃 지는 옛 절문 오래 닫혔고
春尋客不歸 (춘심객불귀) 봄 따라온 나그네 돌아갈 줄 모른다.
風搖巢鶴影 (풍요소학영) 바람은 둥우리의 학그림자 흔들고
雲濕坐禪依 (운습좌선의) 구름은 앉은 중의 옷깃 적신다.
● 蘭(난)법사에게 주다 -- 四溟惟政 (사명유정)
萬疑都就一疑團 (만의도취일의단) 만가지 의심을 한가지 의심에 뭉쳐서
疑去疑來疑自看 (의거의래의자간) 의심해 오고 의심해 가면 스스로 보리라.
須是拏龍打鳳手 (수시나룡타봉수) 용을 잡고 봉황을 치는 솜씨로
一拳拳倒鐵城關 (일권권도철성관) 한 주먹으로 철성관[話頭]을 넘어뜨려라.
●賽 一禪和之求 其四 -- 逍遙太能 (새 일선화지구 기4 -- 소요태능)
可笑騎牛子 (가소기우자) 우습다 소 탄 자여
騎牛更覓牛 (기우갱멱우) 소를 타고 다시 소를 찾는구나.
斫來無影樹 (작래무영수) 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어다가
銷盡海中漚 (소진해중구) 저 바다 거품을 태워 다하라.
● 冶父道川 (야부도천)
法相非法相 (법상비법상) 법상과 비법상이여
開拳復成掌 (개권복성장) 주먹을 펴니 다시 손바닥이로다.
浮雲散碧空 (부운산벽공) 뜬구름이 푸른 하늘에서 흩어지니
萬里天一樣 (만리천일양) 만리의 하늘이 온통 푸른 하늘이더라.
●贈月松大師 -- 涵月海源 (증월송대사 -- 함월해원)
月入松聲白 (월입송성백) 달빛 들어 솔소리 희고
松含月色寒 (송함월색한) 솔잎, 달빛 머금어 차다.
贈君般若劍 (증군반야검) 그대에게 반야검을 주노니
歸臥月松間 (귀와월송간) 돌아가 달과 소나무 사이에 누워지내라.
● 盤山寶積 (반산보적)
心月孤圓 (신월고원) 마음달 홀로 둥글어
光呑萬像 (광탄만상) 그 빛 온 누리를 삼키도다.
光非照境 (광비조경) 광명이 경계를 비치지 않고
境亦非存 (경역비존) 경계 역시 있는 게 아니네.
光境俱亡 (광경구망) 광명과 경계가 모두 없어지니
復是何物 (복시하물) 다시 이 무슨 물건인고!
● 작자미상
刹塵心念可數知 (찰진심염가수지) 티끌 같은 이 마음 다 셈하고
大海中水可飮盡 (대해중수가음진) 큰바다 저 물을 다 마시고
虛空可量風可繫 (허공가량풍가계) 허공 끝 헤아리고 바람 묶는다 해도
無能盡說佛功德 (무능진설불공덕) 부처님 공덕은 능히 다 말할 길 없네!
● 冶父道川 (야부도천)
三佛形儀總不眞 (삼불형의총부진) 법,보, 화신의 형상과 거동은 다 진실이 아니고
眼中瞳子面前人 (안중동자면전인) 눈 가운데 동자는 그대 앞의 사람이라.
若能信得家中寶 (약능신득가중보) 만약 능히 집에 있는 보배를 믿기만 하면
啼鳥山花一樣春 (제오사화일양춘) 새 울고 꽃 피는 것이 한결같은 봄이로구나.
●出山 -- 白谷處能 (출산 -- 백곡처능)
步步出山門 (보보산출문) 걸음걸음 산문을 나오는데
鳥鳴花落溪 (조명화락계) 시냇가에 꽃 날리고 새가 우는구나.
烟沙去路迷 (연사거로미) 안개골 가득히 길을 잃은 채
獨立千峯雨 (독립천봉우) 천 봉 저 빗줄기 속에 외로이 서 있다.
●春 吟 -- 換醒志安 (춘음 -- 환성지안)
緤杖尋幽逕 (설장심유경) 지팡이 데리고 깊은 골 따라
徘徊獨賞春 (배회독상춘) 홀로 걸으며 봄을 맞는다.
歸來香滿袖 (귀래향만수) 오는 길 소매 가득 꽃의 냄새여
胡蝶遠隨人 (호접원수인) 나비 한 마리 향기 따라 멀리서 온다.
● 豫章宗鏡 (예장종경)
報化非眞了妄緣 (보화비진료망연) 보신, 화신 참이 아니고, 망연으로 인함이니
法身淸淨廣無邊 (법신청정광무변) 법신은 청정해서 가이 없구나.
千江有水千江月 (천강유수천강월) 천 강의 물에 천 강의 달이여
萬里無雲萬里天 (만리무운만리천) 만리에 구름이 없으니 만리의 하늘이더라.
● 鏡虛惺牛 (경허성우)
世與靑山何者是 (세여청산하자시) 속세나 청산이 어찌 다름이 있으리요
春城無處不開花 (춘성무처불개화) 봄빛이 있는 곳에 꽃 안 피는 곳이 있겠는가.
傍人若問惺牛事 (방인약문성우사) 누가 나에게 성우(경허)의 일을 묻는다면
石女心中劫外歌 (석녀심중겁외가) 돌계집 마음속의 영원의 노래라 하리라.
● 작자미상
昨夜江南雨 (작야강남우) 어제 저녁 강남에 비가 내리더니
洞庭秋水深 (동정추수심) 동정호에 가을 물이 깊었네.
一葉孤舟客 (일엽고주객) 작은 배 외로운 나그네
月中千里心 (월중천리심) 달빛 속에 고향생각 천리를 달리네.
● 龐居士 (방거사)
十方同共聚 (십방동공취) 시방에서 행자들 모여들어
箇箇學無爲 (개개학무위) 모두가 제각기 무위를 배우나니.
此是選佛場 (차시선불장) 이곳은 부처 뽑는 과거장이라,
心空及第歸 (심공급제귀) 마음 비워 급제해 돌아가리라.
●小艶詩 (소염시) -- 민간에 떠돌던 시
一段風光畵不成 (일단풍광화불성) 고운 맵시 그리려도 그리지 못하리니
洞房深處說愁情 (통방심처설수정) 깊은 규방 앉아서 애 타는 심정
頻呼小玉元無事 (빈호소옥원무사) 자꾸 소옥을 부르나, 일 있음이 아니라
只要檀郞認得聲 (지요단랑인득성) 오직 님께 제 소리를 알리려는 짓!
● 夾山善會 (내산선회)
荷葉團團團似鏡 (하엽단단단사경) 연잎은 둥글둥글 둥글기가 거울 같고
菱角尖尖尖似錐 (능각첨첨첨사추) 마름 뿔은 뾰족뾰족 뾰족하기 송곳 같네.
風吹柳絮毛毬走 (풍취유서모구주) 버들가지 바람 타고 솜털 날리고
雨打梨花胡蝶飛 (우타이화호접비) 배꽃에 비 뿌리니 나비 날으네.
● 懶翁慧勤 (나옹혜근)
阿彌陀佛在何方 (아미타불재하방) 아미타불이 어느 곳에 계신가
着得心頭切莫忘 (착득심두절막망) 마음을 잡아두고 간절히 잊지 말아라.
念到念窮無念處 (염도염궁무념처) 생각이 다하여 무념처에 이르게 되면
六門常放紫金光 (육문상방자금광) 육문에서 항상 자금광이 빛났음을 알리라.
● 靈雲志勤 (영운지근)
三十年來尋劒客 (삼십년래심검객) 삼십 년을 검을 찾은 나그네여
幾回落葉又抽枝 (기회낙엽우추지) 몇 번이나 낙엽 지고 가지 돋았나.
自從一見桃花後 (자종일견도화후) 복사꽃을 한 번 본 뒤로부터는
直至如今更不疑 (직지여금갱불의) 지금까지 다시는 의심이 없어.
● 辭世頌 -- 石屋淸珙 (사세송 --석옥청공)
白雲買了賣淸風 (백운매료매청풍) 흰구름 팔아서 맑은 바람 사니
散盡家私徹骨窮 (산진가사철골궁) 살림살이 바닥나 뼈 속까지 가난하네
留得數間茅草屋 (유득수간모초옥) 남은 건 두어 간 띠집 뿐이니
臨別付與丙丁童 (임별부여병정동) 떠난 뒤 불 속에 던져버리게.
※ 태고보우스님의 법사인 중국 임제종 석옥청공스님이
'절에서 왜 절해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게 의미있었던 3문구> (0) | 2024.11.26 |
---|---|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0) | 2024.11.23 |
<동자승의 법칙> (0) | 2024.11.20 |
<마음을 쉬어 보세요.> (0) | 2024.11.18 |
< 삶 > (0) | 2024.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