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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2024년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으며, 모든 국민들에게 기쁨과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노벨문학상은 한 개인의 단순한 문학적 성취를 넘어 인류 보편의 가치를 대변하는 작가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이번 수상은 한강이 일관되게 탐구해 온 인간 내면의 고통과 치유, 연민과 자비, 그리고 환경과 생명 윤리에 대한 성찰이 결실을 본 것이다. 한국 문학은 오랫동안 세계로 뻗어 나갈 준비를 해왔으며, 이러한 때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정치권의 분열로 스트레스에 가득 차 있던 온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사이다와 같은 것이었다.
한강의 작품은 한국의 역사적 아픔과 인간 본연의 고통을 깊이 있게 탐구하면서도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욱 값진 의미를 지닌다.
한강의 아버지이자 문학가인 한승원은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그려낸 장편소설 ‘원효’를 비롯해서 불교 교리를 담은 소설들을 발표한 적이 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한강 또한 모든 생명이 존귀하다는 가치를 깨닫고, 이를 문학적으로 승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생명과 죽음, 고통과 자비에 대한 깊은 이해는 그녀의 작품 속에서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그것을 초월하려는 인간의 염원을 드러낸다. 이러한 불교적 세계관은 그녀의 작품에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고뇌와 그것을 초월하려는 욕망을 더한다.
그녀가 불교사상에 기반을 둔 인식과 성찰을 바탕으로 구축한 독특한 문학세계는, 깊이 있는 내면 탐구와 보편적 공감을 가능하게 하였다.
한강 문학이 세계에 알려지기까지는 영어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의 공헌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번역은 단순히 외국어로 된 문장을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원작의 의도와 정서를 해석하고 재창조하는 예술적 행위이다. 한강의 작품을 번역한 스미스는 원작의 깊이와 감정을 충실히 전달하고자 노력했으며, 이를 통해 서구 독자들에게 한국적 정서가 공감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단순한 번역 이상으로 협력했고, 이는 한강 작품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데보라 스미스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하여 2016년 맨부커 국제상을 공동 수상하였고, 그 후로도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도 번역했다.
그러나 일부 표현은 서구적 시각에 맞춘 의역이 포함되었고, 이에 대해 일부 평론가들은 원작의 뉘앙스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미스의 번역은 한강 문학의 보편적 정서와 주제를 잘 전달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는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이 지닌 독창성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기회이자, 가능성을 열어주는 쾌거이다. 한강의 문학은 한국 문학의 세계화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향후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이 가진 힘과 깊이를 전 세계에 보여준 사례이다. 그녀의 작품이 보여주는 시적 감수성, 역사 인식, 불교 철학이 결합하여 이루어진 독창적인 문학 세계는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필자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불교적 내음이 물씬 풍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직 작가가 살아있기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불교계는 한강의 문학세계와 불교와의 관계를 심층 연구해야 할 때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작품을 읽고, 토론하고, 작가와의 대화를 통하여 보다 한강의 문학세계를 객관적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다. 이런 작업은 한강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차원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생명의 실상과 모든 존재는 하나로 연결된 인드라망으로 구성되었다는 불교를 포교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김순석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의원 seok33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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