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의 시 모임>
+ 4월 / 박종숙
숨죽인 빈 공간을 차고
새가 난다
물오른 나무들의 귀가
쏟아지는 빛 속으로
솟아오르고
목숨의 눈부신 4월은
유채꽃향기로 가득하다.
아름다워라
침묵만큼이나
안으로 충동질하며
온 피 걸려
생명의 진액으로 타는
4월의 하늘이여.
다만 살아있음이
눈물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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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 용혜원
봄이 들판에 손을 뻗치면
초록을 예찬하는 노래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버드나무 잎새의 연초록 빛깔이
만져보고 싶도록 아름답다
봄바람이
가슴에 불어온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한다
창문을 활짝 열게 하고
옷의 무게가 더 가벼워져
발걸음의 속도를 점점 더 가볍게 한다
4월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
더 정답게 더 가까이
귓가에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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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의 시 / 박목월
목련 꽃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 꽃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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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의 노래 / 곽재구
4월이면
등꽃이 피는 것을 기다리며
첼로 음악을 듣는다
바람은
마음의 골짜기
골짜기를 들쑤시고
구름은 하늘의
큰 꽃잎 하나로
마음의 불을 가만히 덮어주네
노래하는 새여
너의 노래가 끝난 뒤에
내 사랑의 노래를
다시 한번 불러다오
새로 돋은 나뭇잎마다
반짝이는 연둣빛 햇살처럼
찬란하고 서러운
그 노래를 불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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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의 노래 / 노천명
사월이 오면은,
사월이 오면은
향기로운 라일락이 우거지리
회색빛 우울을 걷어 버리고
가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저 라일락 아래로
라일락 아래로
푸른 물 다담뿍 안고 사월이 오면
가냘픈 맥박에도 피가 더하리니
나의 사람아 눈물을 걷자
청춘의 노래를 사월의 정령을
드높이 기운차게 불려 보지 않으려나
앙상한 얼골이 구름을 벗기고
사월의 태양을 맞기 위해
다시 거문고의 줄을 골라
내 노래에 맞추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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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의 환희 / 이해인
깊은 동굴 속에 엎디어 있던
내 무의식의 기도가
해와 바람에 씻겨
얼굴을 드는 4월
산기슭마다 쏟아 놓은
진달래꽃
웃음소리
설레이는 가슴은
바다로 뛴다
나를 위해
목숨을 버린 사랑을 향해
바위 끝에 부서지는
그리움의 파도
못 자국 선연한
당신의 손을 볼 제
남루했던 내 믿음은
새 옷을 갈아입고
이웃을 불러 모아
일제히 춤을 추는
풀잎들의 무도회
나는
어디서나 당신을 본다
우주를 환희로 이은
아름다운 상흔을
눈 비비며 들여다본다
하찮은 일로 몸살 하며
늪으로 침몰했던
초조한 기다림이
이제는 행복한
별이 되어
승천한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부활하신 당신 앞에
숙명처럼 돌아와
진달래꽃빛 짙은
사랑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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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오는 봄 / 도종환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 납니다
살아있구나 느끼니 눈물 납니다
기러기떼 열 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있구나 생각하니 눈물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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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의 사랑은 / 이재민
잔잔함 음악이 흐르는 공간
잔 거품 오르는 생맥주가 앞에 있다
그리움 한 모금을 삼킨다
이른 아침 산을 오르며
가슴속 그리움을 물갈이하는 여인은
같은 시간
물을 차며 수영을 하듯
내 그리움을 가른다
별빛 같은 아파트 저녁 불빛 속에
사랑의 등대를 찾아
항로를 바꾼 여인은
자신만의 선착장에
그리움의 배를 대고 안식하고 싶어 한다
그곳엔 폭풍우도
세상을 가를 듯한 천둥번개도 없기를
간절한 기도로 소망한다
사랑의 동산에
4월의 향기 짙은 개나리꽃도 피어주고
다가올
7월의 뜨거운 햇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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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4월의 향기를 / 윤보영
내 4월은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
3월의 피었던 꽃향기와
4월에 피게 될 꽃향기
고스란히 내 안으로 스며들어
눈빛 가지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
향기를 나누며
향기를 즐기며
아름다운 4월로 만들고
싱그러운 5월을 맞을 수 있게
마음을 열어 두어야겠어요
4월에는
한 달 내내 향기 속의 나처럼
당신에게도 향기가 났으면 더 좋겠습니다
마주 보며 웃을 수 있게
그 웃음이 내 행복이 될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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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4월엔 그대와 나
알록달록 꽃으로 피어요
빨강 꽃도 좋고요
노랑꽃도 좋아요
빛깔도 향기도 다르지만
꽃 가슴 가슴끼리 함께 피어요
홀로 피는 꽃은 쓸쓸하고요
함께 피는 꽃은 아름다워요
인연이 깊다 한들
출렁임이 없을까요
인연이 곱다 한들
미움이 없을까요
나누는 정
베푸는 사랑으로
생각의 잡초가 자라지 않게
불만의 먼지가 쌓이지 않게
햇살에 피는 꽃은
바람에 흔들려도
기쁨의 향기로 고요를 다스려요
꽃잎 속에 맑은 이슬은 기도가 되지요
4월엔 그대와 나
알록달록 꽃으로 피어요
진달래도 좋고요
개나리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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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여, 4월이여 / 조병화
하늘로 하늘로 당겨 오르는 가슴
이걸 생명이라고 할까 자유라고 할까
해방이라고 할까
4월은 이러한 힘으로
겨울 내내 움츠렸던 몸을
밖으로, 밖으로, 인생 밖으로
한없이, 한없이 끌어내어
하늘에 가득히 풀어놓는다
멀리 가물거리는 것은 유혹인가
그리움인가
사랑이라는 아지랑인가
잊었던 꿈이 다시 살아난다
오, 봄이여, 4월이여
이 어지러움을 어찌하라
- 4월의 시 모임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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