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깊은 묵상 옹달샘-이해인

<잎사귀 명상> ​ 저희성당 담밑에 자리한 명자꽃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잎맥의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詩가 되어 살아온다 ​ 둥굴게 길쭉하게 뾰족하게 넓적하게 ​ 내가 사귄 사람들의 서로 다른 얼굴이 나무 위에서 웃고있다 ​ 마주나기잎 어긋나기잎 돌려나기잎 무리지어나기잎 ​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운명이 삶의 나무 위에 무성하다 ​ - 이해인 더보기
<바람의 시> ​ 바람이 부네 내 혼에 불을 놓으며 바람이 부네 ​ 영원을 약속하던 그대의 푸른 목소리도 바람으로 감겨오네 ​ 바다 안에 탄생한 내 이름을 부르며 내 목에 감기는 바람 이승의 빛과 어둠 사이를 오늘도 바람이 부네 ​ 당신을 몰랐다면 너무 막막해서 내가 떠났을 세상 이 마음에 적막한 불을 붙이며 바람이 부네 ​ 그대가 바람이어서 나도 바람이 되는 기쁨 꿈을 꾸네 바람으로 길을 가네 바람으로 ​ - 이해인 더보기
< 하느님 당신은 > ​ 하느님 당신은 ! 나에게서 당신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가난뱅이 여인 ​ 나에게 당신을 옷 입히면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는 궁전의 여인 ​ 하느님 ! 아무래도 당신은 기적의 신(神)입니다 ​ 보이지 않는 당신이 순간마다 내 안에 살아 오시니 내가 감히 당신을 사랑하다니 ​ 당신은 물입니까 ? 당신은 불입니까 ? 당신은 바람입니까 ? 사랑하는 자에게만 사랑으로 탄생하는 ​ 사랑의 신이시여! 가장 짧은 말로 가장 깊은 기도를 바치게 하소서 , ​ - 이해인 수녀 ​ 본명 이명숙 1945년 강원 양구 출생 1970년 [소년]지에 동시 '하늘', ' 아침' 등으로 추천 1981년 제9회 새싹 문학상 1985년 제2회 여성동아 대상 1998년 제6회 부산여성 문학상 2004년 제.. 더보기
< 봄 인사 > ​ 새소리 들으며 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봄 인사 드립니다 ​ 계절의 겨울 마음의 겨울 겨울을 견디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 까치가 나무 꼭대기에 집 짓는 걸 보며 생각했습니다 ​ 다시 시작하자 높이 올라가자 ​ 절망으로 내려가고 싶을 때 우울하게 가라앉고 싶을 때 ​ 모든 이를 골고구 비추어주는 봄 햇살에 언 마음을 녹이며 당신께 인사를 전합니다 햇살이야말로 사랑의 인사입니다 ​ - 이해인 중에서 ​ 더보기
< 시간의 선물 > ​ 내가 살아 있기에 새롭게 만나는 시간의 얼굴 오늘도 나와 함께 일어나 초록빛 새옷을 입고 활짝 웃고 있네요 ​ 하루를 시작하여 세수하는 나의 얼굴 위에도 아침 인사를 나누는 식구들의 목소리에도 길을 나서는 나의 신발 위에도 시간은 가만히 앉아 어서 사랑하라고 나를 재촉하네요 ​ 살아서 나를 따라오는 사람들이 이렇게 가슴 뛰는 선물임을 몰랐네요. - 이해인 더보기
< 사랑의 의무 > ​ 내가 가장 많이 사랑하는 당신이 가장 많이 나를 아프게 하네요 ​ 보이지 않게 서로 어긋나 고통스런 품 안의 뼈들처럼 우린 왜 이리 다르게 어긋나는지 ​ 그래도 맞추도록 애를 써야조 당신을 사랑해야죠 ​ 나의 그리움은 깨어진 항아리 물을 담을 수 없는 안타까움에 엎디어 웁니다 ​ 너무 오래되니 편안해서 어긋나는 사랑 다시 맞추려는 노력은 언제나 아름다운 의무입니다 ​ 내 속마음 몰라주는 당신을 원망하며 미워하다가도 문득 당신이 보고 싶네요 - 이해인 더보기
< 말의 빛 > ​ 쓰면 쓸수록 정드는 오래 된 말 닦을수록 빛을 내며 자라는 고운 우리말 ​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억지 부리지 않아도 하늘에 절로 피는 노을 빛 나를 내어 주려고 내가 타오르는 빛 ​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언제나 부담 없는 청정한 소나무 빛 나를 키우려고 내가 싱그러워지는 빛 ​ ‘용서하세요’라는 말은 부끄러워 스러지는 겸허한 반딧불 빛 나를 비우려고 내가 작아지는 빛 - 이해인 더보기
< 봄 인사 > ​ 새소리 들으며 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봄 인사 드립니다 ​ 계절의 겨울 마음의 겨울 겨울을 견디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 까치가 나무 꼭대기에 집 짓는 걸 보며 생각했습니다 ​ 다시 시작하자 높이 올라가자 ​ 절망으로 내려가고 싶을 때 우울하게 가라앉고 싶을 때 ​ 모든 이를 골고구 비추어주는 봄 햇살에 언 마음을 녹이며 당신께 인사를 전합니다 햇살이야말로 사랑의 인사입니다 ​ - 이해인 [희망은 깨어 있네] 중에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