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信仰人의 삶

개신교 신자 조문 가서 절해야 되나

  • 개신교 신자 조문 가서 절해야 되나

 

천주교는 한국인의 장례 문화를 고유의 미풍양속으로 계승하고 돌아가신 분에 대한 존경의 표현으로 절을 허락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DB

례식장에 가면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가 서로 어색해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빈소의 영정 앞에 절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천주교 신자와 영정 앞에서 절을 하지 않고 대신 고인을 향하여 고개를 숙이고 짧은 기도로 대신하는 개신교 신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의 장례 문화를 고유의 미풍양속으로 계승하고 돌아가신 분에 대한 존경의 표현으로 절을 허락하는 천주교의 입장과는 달리 개신교는 죽은 사람의 영정에 절을 하는 행위가 우상에 대한 숭배로 비추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본래 조상 제사는 중국 선교 초기 예수회의 마테오 리치가 유교 문화를 수용함에 따라 효경의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다른 수도회들이 조상 제사를 우상 숭배로 규정하고 반대하면서 교황청과 중국 황제 사이에 중국 의례 논쟁(1645~1742년)이 벌어졌고, 그 결과로 중국에서 선교 활동이 중단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국에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한 파리 외방 전교회는 조상 제사를 엄격하게 금하였습니다. 이것이 당시 조상 숭배와 제사 문화에 뿌리를 둔 유교 정신을 통치 이념으로 삼은 조선 사회에 큰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1791년 윤지충 바오로가 천주교 신앙을 지키고자 조상의 위패를 불사른 것이 천주교 박해를 촉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1939년 12월 8일 비오 12세 교황이 공자와 조상 제사를 허용하는 ‘중국 의례에 대한 훈령’을 발표하였고, 그 내용이 한국 천주교회 기관지였던 「경향잡지」 1940년 2월호(919호)에 게재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교구장들은 「조선 8교구 모든 감목의 교서」에서 조상 제사를 허용한 것은 교회의 가르침이 변한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상 제사에 대한 현대인의 정신이 변하였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국 천주교는 제사를 조상 공경의 미풍양속으로 이해하고, 조상에게 절하는 것을 효(孝)의 정신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개신교가 죽은 이에게 절을 하지 않는 것은 살아 계신 하느님을 섬기는 신앙의 표현입니다. 그러나 천주교는 조상(고인)의 사진이나 이름 앞에서 절을 하는 것은 죽은 이를 추모하는 행위이기에 금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제례 예식에서 유교의 조상 숭배를 연상시키는 ‘신위’(神位), ‘신주’(神主), ‘위패’(位牌), ‘지방’(紙榜)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금합니다.

천주교 신자가 개신교 신자의 장례식장에 조문을 갔을 때, 이러한 개신교 전통을 존중하여 절을 하지 않고 짧게 고개를 숙여 기도를 바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것은 서로를 존중하는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