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삶 >
세례자 요한은
당신에게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을 가리켜서
"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 저기 오신다.
내가 전에 내 뒤에 오시는 분이 계신데
그분은 사실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계셨기 때문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분을 두고 한 말이었다.
나도 이분이 누구신지 몰랐다.
그러나 내가 와서 물로 세례를 베푼 것은
이분을 이스라엘에게 알리려는 것이었다"
(요한 1,29-30)하셨습니다.
또한 "나는 성령이 하늘에서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와
이분 위에 머무르는 것을 보았다.
나는 이분이 누구신지 몰랐다.
그러나 물로 세례를 베풀라고 나를 보내신 분이
'성령이 내려와서 어떤 사람 위에 머무르는 것을 보거든
그가 바로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실 분인 줄 알라'고
말씀해 주셨다.
과연 나는 성령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이 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증언하는 것이다"
(요한 1,32-34)라고 증언하셨습니다.
요한의 이 말씀을 보면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은
실로 이스라엘 민족과
온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구세주 그리스도,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로서
우리를 위해 사람이 되어 오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이 분이,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이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요한이 베푼 세례는 본시 죄 있는 사람들이
죄의 용서를 받기 위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회개하라고 외치는 요한의 말씀을 듣고
뉘우치면서 요한에게로 나아갔습니다.
죄인들의 줄이 이어졌을 만큼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습니다.
거기에는 살인강도도 있었을 것이고, 죄인도 있었고,
세리나 창녀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들은 일반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받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거기에 예수님도 죄인의 한 사람으로 서 계십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그도 죄인 중의
한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요한은 이분을 알아보았습니다.
"제가 선생님한테 세례를 받아야 하는데
선생님께서 어찌 저에게 오십니까?" 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지금은 내가 하자는 대로 하여라.
우리가 이렇게 해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마태 3,14-15)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아무 죄 없으시면서
죄인으로 당신을 낮추셨습니다.
그분이 그 세례를 받으신 것은 당신이 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죄를 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만큼 예수님은
우리를, 나를 당신 자신처럼 사랑하십니다.
이사야서에 의하면
그분은 우리의 병고를 대신 앓으시고
당신 상처로 우리의 상처를 낫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갈대가 부러졌다하여 꺾지 않고, 심지가
깜박거린다하여 꺼버리지 않으시는 분"(이사 42,31),
그만큼 약한 자, 죽어가는 자, 희망이 없어 보이는 자,
절망에 빠진 자까지도 껴안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나라에는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 문제가 많습니다.
그런 문제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우리 사이의 분열과 분단입니다.
지역 간, 계층 간, 이웃 간,
세대 간에 모두가 갈라져 있습니다.
남을 생각지 않고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입니다.
거기다 남북 분단의 비극이 있습니다.
이 모든 분단과 분열을 어떻게 극복하여 모두가 참으로
같은 민족과 동료로 하나 될 수 있습니까?
우리는 남북 정상 회담과 같은 무슨 정치적으로
큰일을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러나 참된 길은 그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조금이라도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할 때입니다.
예수님처럼 남의 탓도 질줄 알 때입니다.
우리가 이런 이웃 사랑을 살면 우리 가정이 평안하고
사회가 안정되고 지역 감정, 빈부 격차 등
모든 벽이 무너질 것입니다.
드디어는 남북 분단의 벽도 무너질 것입니다.
이렇게 사랑의 삶을 살고 하나씩 하나씩 벽을 쌓듯이
이웃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만이 살길이요,
또 이것만이 참 통일의 길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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