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마음이 가난한 이는 행복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사람으로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하느님의 평화가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지켜 주실 것입니다."(필립 4,6-7)
참으로 뜻 깊은 말씀이요, 위로되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실한 말씀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느님을 절대적으로 믿는 것입니다.
그분이 우리의 소원을 반드시 들어주신다는 것을 확신하고,
또 그분 뜻에 우리를 다 맡기는 것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 성모 마리아는 정녕 모범이십니다.
성모님은 천사로부터 당신이 처녀의 몸으로
성령에 의해 아기를 가지시고 그 아기는
세상을 구할 구세주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너무나 엄청난 그 이야기를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또 그 말씀이 어떤 결과를 당신의 신상에 미치며,
얼마나 큰 시련과 고통을 가져올지 미처 모르셨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라고 하시며 당신을
전적으로 주님의 뜻에 내맡기셨습니다.
그 어떤 일이 밀어닥칠지라도, 삶도 죽음도,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면
다 받아들이는 자세로 맡기셨습니다.
왜냐하면 성모님은 마음이 가난한 분이셨고,
그만큼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지하고 사셨으며,
하느님 앞에 자신을 완전히 낮추고
겸손되이 열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의 가난과 겸손, 믿음은
실로 모든 세기 인간의 그 어떤 지식도, 어떤 힘도,
현대의 과학 지식과 힘도, 미래의 그 어떤 것도
이룩할 수 없고 불러들일 수 없는 그런 엄청난 일,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이 지구상에서 일어나게 했습니다.
성모님은 정녕 당신의 믿음으로
구원과 생명과 빛의 주님,
평화의 주님이 세상에 오시도록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부조리와 무의미의 인생과 세상을 값진 의미와
가치로 가득 채워 주셨습니다.
참으로 마음이 가난한 이는 행복합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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