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보 김수환 추기경

<참된 사랑>


<참된 사랑>

서울대교구장으로 있을 때 가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의 위치가 너무나 이 사람들과 멀다,

혹시 의무감이나 체면상 또는 우연한 기회나

공식 일정에 의해서 이런 사람들을 대하는 때가

간혹 있어도 결국은 너무 멀다고 말입니다.

물론 내가 좀 더 노력하면

이 거리를 좁힐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교' 또는 '추기경' 하면 한 단체의 장이요

불가피하다 할지라도 이것은 제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고달픔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주 기초적인 의식주 해결을 하기 위한 고통,

자녀들을 기르고 교육시키는 데서 오는

부모님들의 고통도 모릅니다.

이것도 제도에서 오는 문제 즉 독신 생활을 하다 보니

일반 사람들의 생활고를 모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독신 생활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봉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 아닙니까?……

독신 생활이 문제라면, 그것은 내가 잘못 살기 대문이지

올바로 살면 가난한 사람들과의 거리를 멀게 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오히려 더 가까이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복음적 가난과 사랑의 결핍이었을 것입니다.

'동병상련'이란 말도 있듯이,

가난한 사람만이 가난한 사람의 처지를 압니다.

나는 아무리 따져보아도 가난하지 않습니다.

가난하지 않으니까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모릅니다.

그들의 아픔을 모릅니다.

사람은 남의 아픔을 볼 때,

그리고 뼈저리게 그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어야만

비로소 그 사람을 참으로 사랑할 줄 안다고 생각합니다.

고인이 된 마더 데레사 수녀는

"참된 사랑은 아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아픔이 없으면 고통받는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버린다는 것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에서

'바보 김수환 추기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만 있으면>  (0) 2024.06.19
<우리는 지금 어디 있는가?>  (0) 2024.06.18
<참된 평화는 마음의 평화입니다.>  (0) 2024.06.12
<겨자씨 한 알>  (1) 2024.06.10
<남을 위한 나의 것>  (0) 202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