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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김수환 추기경

<우리는 지금 어디 있는가?>

<우리는 지금 어디 있는가?>

사실 지금,

인간은 물질적인 발전 속에

병들고 시들고 침몰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인간도 상품적인 가치밖에 없습니다.

그의 지식, 그의 기술, 그의 모든 것이

경제적 측면으로 보아서 얼마나 보탬이 되고,

능률적이냐에 따라서 평가되고 있습니다.

마치 공산주의 사회에서

한 인간의 가치 기준은

그 당성(黨性)과 당에 대한

충성 여하에 있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간의 가치가 능률로써 평가됩니다.

인간이 마치 생산 도구나

상품처럼 그 인간의 생산 능력,

그 인간의 상품성, 시장성 여하로 평가됩니다.

이렇게 인간을 비하시키고 천시하면서

그들에게 윤리와 도덕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런 인간 집단에서 끊임없이 부정 불의와

윤리적 타락이 나와도 조금도 놀랄 것이 못됩니다.

당연한 귀결입이다.

그래서 경제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형무소를 크게 지어야 하고,

국민을 단속하는 법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의 인간관계는 이해관계로 맺어질 뿐입니다.

그런 판에 정의니

사랑이니 진리니 하는 것은

하나의 구두선일 뿐

아무런 생산적 가치가 없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의 현실은

고도성장에 반비례해서 퇴보된 인간,

정신적으로 텅빈 인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럼 이런 인간들만 모인 사회가

과연 어떻게 정신적으로

강한 사회가 될 수 있겠습니까?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하나로 결속된 사회 공동체,

국가와 민족으로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없습니다.

정신 발전이 따르지 않는 상태에서

극심한 빈부의 격차를 그대로 두고

공산주의라는 강한 이데올로기와 총칼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까?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 사회가 내부로부터

정신적으로 허물어져 가고 있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평화입니까? 폭력과 전쟁입니까?

물질 위주의 사회적 가치관이

오늘날 우리 자신과

우리 가정을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까?

얼마나 내적으로 부패시키고 있으며

파괴하고 있습니까?

우리 자신의 마음까지

삭막한 황야처럼 메말라 가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에게 희망과 행복과 자유와

평화의 문이 크게 열리기를 간절히 빕니다.

그 문은 우리의 정신, 우리의 마음,

우리의 양심의 문입니다.

정의와 진리와 사랑에 대한 우리 마음과 정신,

우리 양심의 문이 얼마나 크게 열리느냐에 따라서

희망과 행복, 자유와 평화의 문이

크게 열릴 수도 있고 닫힐 수도 있습니다.

인간과 인간사회를 밝혀주고

역사를 빛나게 하는 것은 진리의 빛입니다.

정의 횃불이요, 사랑의 등불입니다.

거기서 우리의 행복이 있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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