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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곰삭한 맛

< 마음엔 길도 없어 > ​ 날마다 배를 저어 가고 또 가지만 바다는 너무 넓고 신의 섬은 보이지 않습니다 ​ 섬이야 가다 보면 닿을 날 있겠지만 마음엔 길도 없어 저어 갈 배가 없나이다 ​ 내 소망은 당신의 마음에 무거운 짐 풀고 안식의 집 짓는 일 그 집에 남은 생애 기쁨의 꽃밭 하나 일구는 일인데 ​ - 홍윤숙 '내 안의 광야'에서.. ​ ​ 더보기
< 하늘꽃 > ​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 뭉게구름에는 빗방울이 ​ 빗방울에는 꽃봉오리가 ​ 꽃봉오리에는 배시시 숨어 있다. 별이..... ​ * 달맞이 꽃은 달이 좋아 밤에만 핍니다. 밤 내내 달빛을 길어 담습니다. 그러다가 달이 지면 달빛이 쏟아질까 입을 오무립니다. ​ 낮에 입을 다문 꽃, 안을 살펴보세요. 꽃 속에는 달과 별이 숨어 있답니다. ​ - 동시 김원석 님의 "바보 천사"에서.. ​ 더보기
기도하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 사람들 마음에 씨앗을 심기 때문입니다 ​ 기도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 사람들 마음에 씨앗이 자라서 사랑이 되기 때문입니다 ​ 더보기
너를 위한 노래 너를 위한 노래... / 신달자 동트는 새벽에 시의 첫줄을 쓰고 불꽃으로 잦아드는 석양에 시의 마지막 줄을 끝내어 어둠 너울대는 강물에 시를 띄운다 ​ 어디까지 갈지 나도 몰라 강물따라 가노라면 너 있는 곳 바로 보이는지 그것도 몰라 다만 나 지금은 내 몸에서 깨어나는 신선한 피 뜨거움으로 일렁이는 처음 떠오르는 말을 하루 한 편의 시로 네게 전하고 싶다 ​ 하루 한 편의 시로 광막한 사막의 모래바람 냉정히 떠나 보내고 맨발로 자정의 거리 헤매는 광기 고요히 작별하고 머리카락 물에 잠기는 탐욕도 등 문질러 달래우고 ​ 하루 한 편의 시로 네게 조금씩 다가가 신선한 발자국 소리로 너에게 그윽이 배어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 어둠의 강에 조금씩 내 살 허물고 내 굽은 뼈 사정없이 다듬어서 상아피리 같은 맑은 혼.. 더보기
< 열애 >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 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 일회용 밴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히 지나가겠다 피 흘리는 사랑도 며칠은 잘나가겠다 ​ 내 몸에 그런 흉터 많아 상처 가지고 노는 일로 늙어 버려 고질병 류마티스 손가락 통증도 심해 오늘 밤 그 통증과 엎치락뒤치락 뒹굴겠다 연인 몫을 하겠다 ​ 입술 꼭꼭 물어뜯어 내 사랑의 입 툭 터지고 허물어져 누가 봐도 나 열애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작살나겠다 ​ - 신달자 시인 더보기
< 교황 집무실에 걸린 詩 > ​ 소란스럽고 바쁜 日常 속에서도 침묵 안에 平和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포기하지 말고 가능한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도록 하십시오. ​ 조용하면서도 분명하게 眞實을 말하고, 어리석고 無知한 사람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들 역시 할 이야기가 있을 테니까요. ​ 목소리가 크고 공격적인 사람들을 피하십시오. 그들은 영혼을 괴롭힙니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自身이 하찮아 보이고 비참한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더 위대하거나 더 못한 사람은 언제나 있기 마련입니다. 당신이 계획한 것뿐만 아니라 당신이 이루어 낸 것들을 보며 즐거워하십시오. ​ 아무리 보잘 것 없더라도 당신이 하는 일에 온 마음을 쏟으십시오. 그것이야말로 변할 수밖에 없.. 더보기
눈(雪) 눈(雪) ​ 우뚝 솟은 바위산에 겨우겨우 달라붙은 키 작은 노송 송이송이 하얀 눈 꽃 피어 있네. ​ 하늘에서 내린 하얀 눈 밤 하늘 처름 어두운 내 마음 따뜻한 마음으로 손짓하며 부르네... ​ 가지마다 쌓인 하얀 눈 무거워서 고개 숙이고 꼭꼭 숨은 가랑잎 하얀 눈 이불하여 잠자고 있네. ​ 깨끗하고 맑은 하얀 눈 내 가슴에 스며들어 조금 남은 삶이라도 멋 있게 살라 한다. ​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 다정스런 눈 빛으로 삼라만상 밝게 보라고 흘러가는 검은구름 감췄다. ​ - 임미조 ​ 더보기
말씀 말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네 그러나 세상천지에 가득하네 하늘에도 있고 땅 위에도 있고 산과 강 어디에도 있네 ​ 보라 햇빛에도 있고 바람에도 있고 아름다운 꽃에도 있고 강물에도 있고 어디든 빛이 되고 사랑이 되어있네 ​ 아아, 하느님 말씀은 세상 모든 것에 있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