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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묵상 옹달샘-이해인

< 죽음을 잊고 살다가 >​ 위령 성월 ​ 매일 조금씩 죽음을 향해 가면서도 죽음을 잊고 살다가 ​ 누군가의 임종 소식에 접하면 그를 깊이 알지 못해도 가슴 속엔 오래도록 참 바람이 분다 ​ '더 깊이 고독하여라' '더 깊이 아파하여라' '더 깊이 혼자가 되어라' ​ 두렵고도 고마운 말 내게 전하며 서서히 떠날 채비를 하라 이르며 ​ 가을도 아닌데 가슴 속엔 오래도록 참 바람이 분다 ​ - 이해인 ​ 더보기
11월에 위령 성월 11월에 ​ 나뭇잎에 지는 세월 고향은 가까이 있고 나의 모습 더없이 초라함을 깨달았네 ​ 푸른 계절 보내고 돌아와 묵도하는 생각의 나무여 ​ 영혼의 책갈피에 소중히 끼운 잎새 ​ 하나 하나 연륜 헤며 슬픔의 눈부심을 긍정하는 오후 ​ 햇빛에 실리어 오는 행복의 물방울 튕기며 어디론지 떠나고 싶다 ​ 조용히 겨울을 넘겨보는 11월의 나무 위에 연처럼 걸려 있는 남은 이야기 하나 ​ 지금 아닌 머언 훗날 ​ 넓은 하늘가에 너울대는 나비가 될 수 있을까 ​ 별밭에 꽃밭에 나뭇잎 지는 세월 ​ 나의 원은 너무 커서 차라리 갈대처럼 여위어 간다 ​ - 이해인 에서 ​ ​ 더보기
< 마지막 손님이 올 때 > 위령 성월 ​ 올해도 많은 이들이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주님 눈물의 샘이 마를 겨를도 없이 저희는 또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떠난 이들의 쓸쓸한 기침 소리가 미루어 둔 기도를 재촉하곤 합니다 어느 날 문득 예고 없이 찾아올 마지막 손님인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아직 살아 있는 저희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헤아려 볼 뿐입니다 그 낯선 얼굴의 마지막 손님을 진정 웃으면서 맞이할 수 있을까요?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가 상상보다는 어렵더라는 어느 임종자의 고백을 다시 기억하며 저희 모두 지상에서의 남은 날들을 겸허하고 성실한 기도로 채워 가게 하소서 하루에 꼭 한 번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화해와 용서를 먼저 청하는 사랑의 사람으로 깨어 있게 하소서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 듯이 생각하고.. 더보기
< 죽음을 잊고 살다가 > 위령 성월 ​ 매일 조금씩 죽음을 향해 가면서도 죽음을 잊고 살다가 ​ 누군가의 임종 소식에 접하면 그를 깊이 알지 못해도 가슴 속엔 오래도록 찬 바람이 분다. ​ "더 깊이 고독하여라" "더 깊이 아파하여라" "더 깊이 혼자가 되어라" ​ 두렵고도 고마운 말 내게 전하며 서서히 떠날 채비를 하라 이르며 가을도 아닌데 가슴 속엔 오래도록 찬 바람이 분다. ​ - 이해인 더보기
< 마음을 위한 기도 > ​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 자신이 맡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성실함, 어떤 모양으로든지 관계를 맺는 이들에게는 변덕스럽지 않은 진실함을 지니고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힘겨운 시련이 닥치더라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견디어내는 참을성으로 한 번 밖에 없는 삶의 길을 끝까지 충실히 걷게 해 주십시오. ​ 숲속의 호수처럼 고요한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 시끄럽고 복잡하게 바삐 돌아가는 숨찬 나날들에도 방해를 받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마음의 고요를 키우고 싶습니다. 바쁜 것을 핑계로 자주 들여다보지 못해 왠지 낯설고 서먹해진 제 자신과도 화해할수 있는 고요함, 밖으로 흩어진 마음을 안으로 모아들이는 맑고 깊은 고요함을 지니.. 더보기
< 묵주의 기도 > 묵주기도 성월에 드리는 ​ 묵주의 기도 비나이다 비나이다 ​ 산 내음 나는 향나무 묵주 하나의 지극한 보배로움이여 ​ 평일에도 묵주를 쥐고 당신 앞에 오면 난(蘭)처럼 향기로운 마음이여 ​ 흩어졌던 생각이 한자리에 모이고 외출했던 사색도 돌아와 앉아 나의 기도는 둥글게 장미를 피움이여 ​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를 소박한 마음으로 외울 때마다 예수를 낳은 마리아의 환희를 예수를 잃은 마리아의 고뇌를 그리고 부활의 예수를 얻은 마리아의 승리를 함께 함이여 ​ 성체등 깜박이는 성당에서 촛불이 타오르는 방 안에서 산책을 하는 길가에서 ​ 묵주를 든 손은 언제나 겸허하고 따뜻한 믿는 이의 손 ​ 예수와 마리아가 결합하듯 나도 그들과 하나 되는 은총이여 가까운 이웃과 함께 모르는 이웃과도 .. 더보기
< 듣게 하소서 > ​ 주여, 저로 하여금 이웃의 말과 행동을 잘 듣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 제 하루의 작은 여정에서 제가 만나는 이의 말과 행동을 건성으로 들어 치우거나 귀찮아하는 표정과 몸짓으로 가로막는 일이 없게 하소서 ​ 이웃을 잘 듣는 것이 곧 사랑하는 길임을 제가 성숙하는 길임을 알게 하소서 ​ 이기심의 포로가 되어 제가 듣고 싶은 말만 적당히 듣고 돌아서면 이내 잊어버리는 무심함에서 저를 구해주소서 ​ 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못들은 척 귀 막아 버리고 그러면서도 '시간이 없으니까' '잘 몰랐으니까' 하며 핑계를 둘러대는 적당한 편리주의, 얄미운 합리주의를 견책하여 주소서 ​ 주여, 저로 하여금 주어진 상황과 사건을 잘 듣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 앉아야 할 자리에 앉고 서야 할 자.. 더보기
< 들음의 길 위에서 > ​ 어제보다는 좀 더 잘 들으라고 저희에게 또 한번 새날의 창문을 주시는 주님 ​ 자신의 안뜰을 고요히 들여다보기보다는 항상 바깥일에 바삐 쫓기며 많은 말을 하고 매일을 살아가는 모습 ​ 듣는 일에는 정성이 부족한 채 '대충' '건성' '빨리' 해치우려는 저희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 가장 가까운 이들끼리 정을 나누는 자리에서도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듣기보다는 ​ 각자의 생각에 빠져 자기 말만 되풀이하느라 참된 대화가 되지 못하고 독백으로 머무를 때도 많습니다 ​ - 우린 참 들을 줄 몰라 - 왜 이리 참을성이 없지? - 같은 말을 쓰면서도 통교가 안 되다니 ​ 잘 듣지 못함을 반성하고 나서도 돌아서면 이내 무디어지는 저희의 어리석음과 습관적인 잘못은 언제야 끝이 날까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