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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김수환 추기경

< 사랑 안에서 동트는 새날 > ​ 어떤 성자가 제자들을 모아 놓고 "밤의 어둠이 지나고 새날이 밝아온 것을 어떻게 아느냐?" 하고 물었습니다. ​ 갑이라는 제자가 "동창이 밝아오는 것을 보면 압니다."라고 대답하자, 스승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을은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아 어두운 그림자 같은 사물의 형체가 드러나고, 나무도 보이고 풀도 보이면 새날이 맑아온 것을 압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스승은 다시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 이렇게 제자들은 여러 가지로 답을 했지만, 스승은 다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 그리고는 스승은 '지나가는 사람, 만나는 모든 사람이 네 눈에 형제로 보일 때, 그때 밤의 어둠이 걷히고 새날이 밝아온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우리.. 더보기
< 진정 풍요로운 사회는 >​ ​ 사회는 머리가 좋은 사람들로써 풍요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이 많은 사람들로써 풍요해집니다. 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 세상은 풍요로워집니다. ​ 인생의 의미는 불우한 사람들의 삶도 밝혀 주는 것일 때 참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돈, 건강, 명예, 지위 등은 부분적으로 인생에 혜택을 주지만 의미는 될 수 없습니다. ​ 불우한 사람들까지도 빛으로 가득 채워 주는 사랑만이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랑이 존재하는가에 의미가 있습니다. ​ 그러나 그것은 인간적 사랑만으로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 중의 누구도 버림받을 존재가 안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가령, "3년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듯이 내가 그렇게 몸져누웠을 때 자식들이 나.. 더보기
< 사랑의 본질 > ​ 우리는 사랑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본질적인 것이라고 느끼지만, ​ 왜 이것이 인간에게 본질적인 무엇인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한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그보다 먼저 사랑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 가장 말을 많이 합니다. 만일 사랑이라는 말, 또는 그것을 직접·간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시, 소설, 문학, 예술에서 빼버리면 ​ 생명 없는 마른 뼈들만 남을 것입니다. 왜 사랑이 빠지면 이렇게 됩니까? ​ 사랑이 없으면 가정은 파탄입니다. 사랑이 없는 부부, 부모 자식, 형제 관계보다 더 비극적인 것은 없습니다. ​ 왜 사랑은 이같이 가정 행복의 본질입니까? ​ 우리는 한 사회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법률적인 의미의 .. 더보기
< 종교와 인생 > ​ 종교에서는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며 삶을 무엇이라고 말할까요?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어떤 가치관에 살고 있느냐 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고,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 하는 것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먼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 ​ 금융위기 시대에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일터를 잃고 실직자가 나오는 때에는, 그 실직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일터, 직장이겠지요. 그리고 또 돈이 없어서 부도를 내고 파산하는 중소기업이 매일 수십 개씩 된다는데 그런 중소기업 사장들에게 제일 소중한 것은 돈일 것입니다. ​ 중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말기 암 환자에게는 무엇보다도 쾌유와 건강 회복이 제일 소중하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더보기
< 앎과 사랑 > ​ 우리는 지금 번창하는 황금 만능주의와 권력형 스캔들의 탁류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으면서도 서로 불신하고 인간성을 날로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진정한 지성인이 되고자 할진대 우리는 모름지기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좌표부터 확인하여야겠습니다. ​ 만일에 이 정도의 확인마저 꺼려한다면 그것은 바로 이 땅의 지성인 세계가 그만큼 마비되어 있다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 그렇다면 이 사실을 의식이라도 해야겠고, 무엇보다도 우리들 자신을 의식해야 합니다. ​ 우리에게는 아는 능력이 있고 서로 동참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 우리가 남을 위해서 투신까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 속에서는 이웃을 의식해야 합니다. ​ 우리가 본질적으로 사회적.. 더보기
< 행복, 무엇이 행복일까요? > ​ 우리는 육신을 지닌 사람이니까 잘 먹고, 잘 입고, 건강해야 합니다. ​ 그래서 돈도 필요하지요.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못하면 행복하지 못합니다. ​ 마음의 평화, 이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마음의 평화는 양심에 따라서 살아야 합니다. ​ 양심은 언제나 우리에게 善을 추구하도록 가르칩니다. 진리, 정의, 그리고 사랑과 봉사를 권장합니다. ​ 그런데 우리에게는 본능대로만 살고 싶은 충동이 있습니다. ​ 본능이 나쁜 것은 아니지요. 식욕, 성욕, 소유욕 다 좋은 것이고 이것이 있어서 사람이 살아갑니다. ​ 하지만 본능은 반드시 양심이 주는 윤리 규범에 따라서 조절되어야 합니다. ​ 만일 조절되지 않고 본능대로 방치되어 살면, 인간은 타락합니다. ​ 여러분이 지식, 돈,.. 더보기
<고독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깊이 보게 되는 기회입니다>​ ​ 사람들은 인간의 존엄성이란 말을 즐겨 쓰면서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나 남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에리히 프롬이『존재냐 소유냐』하는 책에서도 썼습니다만, 가지는 것은 인간의 존재를 더 풍요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데도, 그것이 목적인 것처럼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인간 상실'입니다. 자기 안에서부터 인간을 찾아야 합니다. '인간 상실'은 결국 '사랑의 상실'에서 비롯됩니다. ​ 참말로 한 인간의 절망적인 순간에 내면적인 고독까지 다 알고 그 고독까지도 오히려 위로로 채워 주는, 그 마음의 어둠을 빛으로써 가득 채워 주는, 끝까지 버리지 않고 사랑해 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요? 기대하기 힘듭니다. ​ 그런데 한 인간으로서 이것이 없어서는 정.. 더보기
<가장 사소한 것의 존귀함> ​ 한국일보의 한 칼럼에 소설가 정연희씨가 쓴 글을 읽고 느낀 바가 무척 많았던 글을 소개합니다. ​ 『오래 전에, 이디오피아 난민의 기사가 신문에 보도되었을 때, 나는 교회 중등부 학생들 10여 명에게 난민의 실태를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그 곳에서는 지금 한 주일에 1천 명이나 굶어서 죽고 있단다. 이대로 가다가는 반 년 안에 1천만 명 이상이 굶어 죽게 된다는구나." ​ 비교적 부유한 집의 자녀들이어서 그 이야기가 과연 어떻게 먹혀들어 갈 것인가를 우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도 뜻밖의 반응에 소스라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구가 너무 많아서 문제라는데, 하나라도 많이 죽으면 좋지요, 뭐!" ​ 별 생각 없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아니 오히려 옳은 대답을 하는 듯 자신 있게 말한 것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