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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 ​ 세상과 타협하는 일보다 더 경계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과 타협하는 일이다. ​ 스스로 자신의 매서운 스승 노릇을 해야 한다. ​ 우리가 일단 어딘가에 집착해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안주하면 그 웅덩이에 갇히고 만다. ​ 그러면 마치 고여 있는 물처럼 썩기 마련이다. ​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곧 자기답게 사는 것이다. ​ 낡은 탈로부터, 낡은 울타리로부터, 낡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이 있는 한 다 나눌 것은 있다. ​ 근원적인 마음을 나눌 때 물질적인 것은 자연히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 그렇게 함으로써 내 자신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 세속적인 계산법으로는 나눠 가질수록 내 잔고가 줄어들 것 같지만 출세간적인 입장에서.. 더보기
< 감사함을 잊고 있을 때 > ​ 주님, 하찮은 저에게도 감격의 순간들을 허락해 주심에 감사하게 하소서. ​ 하루를 다시 주시는 것에, 아름다운 자연을 펼쳐주시는 것에, 이웃을 호젓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하시는 것에 뜨거이 감사하게 하시고, ​ 또한 사랑과 용서라는 어려운 세계를 가까이에서 손잡아 보게 하시는 것에, 영원한 생명이라는 추상적 세계가 매우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게 하시는 것에 눈물겨이 감사하게 하소서. ​ 주님, 감사하는 마음에서 생겨난 생생한 평화를 이웃에게 나누어주게 하소서, ​ 하느님께서 주신 평화의 그윽한 미소를 통해 세상에는 은밀히 넘치는 사랑이 있음을 이웃이 알게 하시고, ​ 평화의 간절한 말을 통해 인간의 삶에는 청결한 진실이 있음을 이웃이 알게 하시며 평화의 투명한 침묵을 통.. 더보기
< 잠을 이루지 못할 때 > ​ 주님 저에게 포근한 잠을 주시지 않으려면 일어나 앉아 촛불을 켜게 하시어 기쁨이 넘치는 고향의 가을 들판을 떠올리게 하소서. ​ 밀알 하나가 썩어 많은 열매를 맺는 대지에는 한량없이 부드러운 빛이 가득함을 생각하게 하소서. ​ 지금 잠들지 못하는 이 작은 생명에도 대지의 숨소리로 낮아지게 하시어 아침이면 해맑은 이슬을 눈물겨이 바라보게 하소서. ​ 주님, 저를 용서하여 주시고 잠들지 못하는 저의 밤들에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 내일 밤에는 저의 죄들이 자유를 얻어 푸른 잠 한자락씩 들고 와 저의 머리맡에다 내려 놓고 상쾌히 떠나가게 하소서. ​ - 김영수에서 더보기
< 당신과 나의 만남이 > ​ 당신과 나의 만남이 좋은 만남 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애닲은 사연도 아니고 절실한 집착도 아닌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은 그런 안개꽃 같은 인연... ​ 너무도 아까워 그저 마주 보고만 있는 그런 만남 그냥 있어만 줘도 고마운 그런 만남 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혼자가 아니라는 뿌듯함으로 세상을 헤쳐나가게 힘을 주는 그런 만남 조용한 미소로 단지 웃어만 주는 그런 만남 아무런 이유없이 그저 좋기만 한 그런 만남이었으면 합니다 ​ 사랑한다고 표현하지 않아도 바라보는 눈빛으로 느낄 수 있는 조용한 찻집에서 아무말 없어도 서로를 느낄 수 있는 깊은 강물이 조용히 흐르듯 서로의 마음을 깊게 헤아려 주는 그런 만남 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지금은 비록 안타까울지라도 이 다음엔 정말 진실했었노.. 더보기
< 인생은 구름이고 바람인 것을 > ​ 누가 날 더러 청춘이 바람이냐고 묻거든 나, 그렇다고 말하리니,,, 그 누가 날더러 인생도 구름이냐고 묻거든 나, 또한 그렇노라고 답하리라 ​ 왜냐고 묻거든 나, 또 말하리라 ​ 청춘도 한 번 왔다 가고 아니오며 인생 또한 한 번 가면 되돌아올 수 없으니 이 어찌 바람이라 구름이라 말하지 않으리오 ​ 오늘 내 몸에 안긴 겨울 바람도 내일이면 또 다른 바람이 되어 오늘의 나를 외면하며 스쳐 가리니 ​ 지금 나의 머리 위헤 무심히 떠가는 저 구름도 내일이면 또 다른 구름이 되어 무량세상 두둥실 떠가는 것를... ​ 잘난 청춘도 못난 청춘도 스쳐 가는 바람 앞에 머물지 못하며 못난 인생도 저 잘난 인생도 흘러가는 저 구름과 같은 진대,,, ​ 어느 날 세상 스쳐가다가 또.. 더보기
< 죄인으로 낙인찍힌 많은 ‘자캐오’ > 연중 제31주일 (지혜 11,22-12,2. 2테살 1,11-2,2 . 루카 19,1-10) ​ ​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자캐오는 ‘세관장’이었습니다. 세관장으로 번역된 그리스 말 ‘아르키텔로네스’가 당대의 세금 징수 체계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알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세리들 가운데 꽤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던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로마 제국의 이익을 위하여 이스라엘 동족들을 착취하던 세리들은 온갖 미움과 멸시를 받았고 죄인으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런 세리들의 우두머리 역할을 한 자캐오는 특히 죄인 중의 죄인으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는 부자였습니다. ​ 부당하게 부를 축적하였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예리코 사람들 사이에서 자캐.. 더보기
< 위령성월에 생각나는 사람 > '아베마리아’를 들으시며 하늘나라로… ​ 유난히 11월이 되면 많은 그리운 얼굴들이 스쳐지나간다. 그 죽음의 마지막 순간들에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마지막 인사를 해주시던 그 모습들. 10년 동안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마지막 이별을 하며 살아왔다. ​ ‘호스피스’란 현재 주어진 이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충실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며 이 세상과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다. 그리고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빠른 시간 안에 슬픔을 극복하고 사회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그들과도 또한 동행을 시작한다. 그들과 함께 했던 많은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그 분들의 삶을 주님께 기도드린다. ​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얼굴들 중 .. 더보기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연중 제31주일 (지혜 11,22-12,2. 2테살 1,11-2,2 . 루카 19,1-10) ​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 지난 1천년 동안 인류에게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 1위는 누구일까요? 많은 위대한 분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첫 번째 자리에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살아있을 때 하나의 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잘 듣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 청각 장애를 전혀 불편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감사해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 “청각 장애로 잡음을 들을 수 없어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드린다.” ​ 자기의 청각 장애에 대해 불평하고 원망한다 해도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하지만 불평불만을 한다고 상황이 좋아질 리가 없습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