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 곰삭한 맛

< 담쟁이 > ​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모두가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 한 뼘이라도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도종환 시/김정식 곡, '담쟁이' 전문) 더보기
어디쯤 왔을까? 어디쯤 왔을까? ​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네 계절 나는 갈대가 바람에 휘날리는 가을쯤 왔을 거다. ​ 이른 가을인가? 늦가을인가? 하여튼 가을이다. ​ 난 어떤 꽃을 피었었나? 어떤 열매를 달고 있나? 눈길조차 주지 않는 들풀들도 가을엔 열매를 달고 있는데. ​ 제대로 꽃도 피우지 못하고 쭉정이만 있는 지금 이른 가을이면 어떻고 늦가을은 어떤가 ​ 수치스런 몸뚱이를 가려 주었던 알량한 내 이름이 낙엽처럼 떠나가겠지. ​ 볼품 없는 알량한 몸뚱이 흰눈이 앉아 봄꿈을 꿀까? 참새가 조잘거리며 내 귀를 시끄럽게 할까? ​ - 김원석 님 ​ 더보기
거울을 보다가 거울을 보다가 ​ ​ 거울을 보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얼굴만 보지 말고 마음도 보아야 한다는 것을 ​ 세상 살면서 우리들은 보았습니다 얼굴을 닦고 화장을 하고 성형까지 하면서 얼굴을 잘 보이려고 애쓰는 인생이 얼마나 허무한가를 ​ 그런데 오늘 거울을 보다가 나는 비로소 알았습니다 세상 산다는 것은 얼굴보다 마음을 닦는 일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 시와 그림=김용해(요한) 시인 더보기
<나로 인해> ​ 나로 인해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놀라운 축복입니까 ​ 내가 해준 말 한 마디 때문에 내가 준 작은 선물 때문에 내가 베푼 작은 친절 때문에 내가 감사한 작은 일들 때문에 ​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 땅을 살아갈 의미가 있습니다 ​ 나의 작은 미소 때문에 내가 나눈 작은 봉사 때문에 내가 나눈 사랑 때문에 내가 함께 해준 작은 일들 때문에 ​ 누군가 기뻐할 수 있다면 내일을 소망하며 살아갈 가치가 있습니다. ​ - 용혜원 더보기
행복에 대하여 행복에 대하여 ​ 행복은 세상 어디에나 있습니다 ​ 산에 핀 꽃들에게 있고 하늘의 별들에게도 있고 우리의 이웃에도 있습니다 ​ 그러나 행복은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속에 사랑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입니다 ​ 마음속에 욕심이 있고 미움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행복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 시와 그림=김용해(요한) 시인 더보기
씨앗 하나 씨앗 하나 ​ 씨앗 하나 속에 세상이 있습니다 ​ 햇빛이 있고 바람이 있고 강물 소리와 새들의 노래도 있습니다 ​ 보십시오 생명은 언제나 소중하고 위대합니다 ​ 시와 그림=김용해(요한) 시인 더보기
<저희들도 따라 걷게 하소서> ​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 성녀들이여! ​ 작은 등불 하나 밝히고 믿음으로 걸으신 그 길을 저희들도 따라 걷게 하소서… ​ 주님만 바라며 묵묵히 걸으셨던 사랑의 그 길을 저희들도 걸으며 오늘… ​ 이 시대를 살아가며 겪는 아픔을 순교 성인 성녀들의 믿음과 사랑으로 이겨내게 하소서… ​ - 이정아 수녀(성 바오로 딸 수도회) ​ 더보기
< 길 위에서의 생각 > ​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 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 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 위에 쓰러진다 ​ - 류시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