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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목 축일 샘-法頂

<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 달력 위의 3월은 산동백이 꽃을 피우고 있지만, 내 둘레는 아직 눈 속에 묻혀 있다.그래도 개울가에 나가보면 얼어붙은 그 얼음장 속에서 버들강아지가 보송보송한 옷을 꺼내 입고 있다. ​ 겨울 산이 적막한 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라 거기 새소리가 없어서일 것이다. 새소리는 생동하는 자연의 소리일 뿐 아니라 생명의 흐름이며 조화요, 그 화음이다. 나는 오늘 아침, 겨울 산의 적막 속에서 때 아닌 새소리를 듣는다. 휘파람새와 뻐꾸기와 박새, 동고비, 할미새와 꾀꼬리, 밀화부리, 산비둘기, 그리고 소쩍새와 머슴새와 호반새 소리에 눈감고 숨죽이고 귀만 열어 놓았었다. 어제 시내를 다녀오는 길에 한 노보살님한테서 받은 선물을 오늘 아침에 풀어 보니, 어떤 조류학자가 숲과 들녘과 섬.. 더보기
<부자가 되기보다는 잘 사는 사람이 되십시요> 세월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니며 시간 속에 사는 우리가 가고 오고 변하는 것일 뿐이다. ​ 세월이 덧없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기 때문에 덧없는 것이다. 해가 바뀌면 어린 사람은 한 살 더해지지만 나이든 사람은 한 살 줄어든다. ​ 되찾을 수 없는게 세월이니 시시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말고 순간순간을 후회 없이 잘 살아야 한다. ​ 인간의 탐욕에는 끝이 없어 아무리 많이 가져도 만족할 줄 모른다. ​ 가진것 만큼 행복한 것이 아니며, 행복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 가난은 결코 미덕이 아니며 '맑은가난'을 내세우는 것은 탐욕을 멀리하기 위해서다. 가진 것이 적든 많든 덕을 닦으면서 사는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잘살아야 한다. 돈은 혼자 오지 않고 어두운 그림자를 데려오.. 더보기
< 잊을 수 없는 사람 > ​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자기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일 것이다. 특히 범상치 않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이라면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 법정스님의 수필집 를 보면 ‘잊을 수 없는 사람’ 이란 글이 나온다 이 분 때문에 감동하고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린 사연을 소개한 수필이다 당대 최고의 종교지도자이자 문필가인 법정스님이 잊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꼭 집어 책에 쓰신 분이니 보통 분은 아닐 게 틀림없다 ​ 글의 주인공은 수연스님이란 분이다 법정스님과는 산사에서 일년 정도 함께 지내면서 교류했다 나이로는 법정스님보다 한살 아래지만 출가는 일년 먼저 하셨다고 한다 종교계나 사회적으로 큰 활동이 없으셨고 세상에 명성을 날린 스님도 아니다 이 세상에 조용히.. 더보기
번뇌(煩惱) 번뇌(煩惱) ​ 보고 싶은 만큼 나도 그러하다네 하지만 두 눈으로 보는 것만이 다는 아니라네 마음으로 보고 영혼으로 감응하는 것으로도 우리는 함께일 수 있다네 ​ 결국 있다는 것은 현실의 내 곁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이미 한 하늘 아래 저 달빛을 마주보며 함께 호흡을 하며 살고 있다네 마음 안에서는 늘 항상 함께라네 그리하여 이 밤에도 나는 한사람에게 글을 띄우네 ​ 그리움을 마주보며 함께 꿈꾸고 있기 때문이라네 두 눈으로 보고 싶다고 욕심을 가지지 마세 내 작은 소유욕으로 상대방이 힘들지 않게 그의 마음을 보살펴 주세 ​ 한 사람이 아닌 이 세상을 이 우주를 끌어안을 수 있는 넉넉함과 큰 믿음을 가지세 타인에게서 이 세상과 아름다운 우주를 얻으려 마세 내 안의 두 눈과 마음 문을 활짝 열고 내 안.. 더보기
< 말이 적은 사람 > 침묵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에게 신뢰가 간다. 초면이든 구면이든 말이 많은 사람한테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서 말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꼭 필요한 말만 할 수있어야한다. ​ 안으로 말이 여물도록 인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밖으로 쏟아내고 마는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습관이다. ​ 불교 경전은 말하고 있다. 입에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뀐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있어야 한다. ​ 오늘날 인간의 말이 소음으로 전락한 것은 침묵을 배경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이 소음과 다름없이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들은 말을 안 해서 후화되는 일보다도 말을 해 버렸기 때문에 후회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 침묵을 소중히 여길줄 아는 사람에가.. 더보기
< 사랑도 미움도 놓아버리고 > ​ 너무 좋아해도 괴롭고, ​ 너무 미워해도 괴롭다. ​ 사실 우리가 알고 있고, 겪고 있는 모든 괴로움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 두 가지 분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늙는 괴로움도 젊음을 좋아하는 데서 오고, ​ 병의 괴로움도 건강을 좋아하는데서 오며, ​ 죽음 또한 삶을 좋아함, 즉 살고자 하는 집착에서 오고, ​ 사랑의 아픔도 사람을 좋아하는 데서 오고, ​ 가난의 괴로움도 부유함을 좋아하는 데서 오고, ​ 이렇듯 모든 괴로움은 좋고 싫은 두 가지 분별로 인해 온다. ​ 좋고 싫은것만 없다면 괴로울 것도 없고 마음은 고요한 평화에 이른다. ​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 그냥 돌처럼 무감각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 사랑을 하되 집착이 .. 더보기
< 내 그림자에게 >​ ​ 한 평생 나를 따라다니느라고 수고 많았다. 내 삶이 시작될 때부터 그대는 한시도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햇빛 아래서건 달빛 아래서건 말 그대로 ‘몸에 그림자 따르듯’ 그대는 언제 어디서나 나를 따라다녔다. 그러니 그대와 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동반자다. ​ 오늘은 그대에게 내 속엣 말을 좀 하려고 한다. 물론 전에 없던 일이다. 그대도 잘 알다시피 내 육신의 나이가 어느덧 70을 넘었구나. 예전 표현에 의하면 사람의 나이 일흔은 예로부터 드문 일이라 했다. 고희(古稀)라는 말을 남의 일로만 알았는데 이제는 내가 그 앞에 마주서게 되었다. ​ 요즘에 와서 실감하는 바인데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뒤돌아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 더보기
< 감옥이 곧 선방 > ​ 얼마 전에 교도소에 복역 중인 한 젊은이로부터 편지를 한통 받았다. 신문에 실린 내 기사를 보고 문득 2년 전의 기억이 떠올라 내게 편지를 쓰게 된 것이라고 했다. ​ 그의 편지를 통해서 알개 된 사실인데, 개방 교도소는 가석방 대상자들에게 사회 적응 훈련을 시키는 곳으로 일반 교도소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높은 담장도 없고 여느 교육연수원처럼 수용자에게 자율이 보장된 곳이다. 신문과 방송도 접할 수 있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 그는 20일 후면 사회에 복귀하게 된다고 하면서 기대와 설렘도 있지만 한편 미래에 대해서 두려운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 범행을 저지르고 서울 구치소에 구속 수감되었을 때의 심경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 '그때는 아무런 미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