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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목 축일 샘-法頂

설해목(雪害木) 설해목(雪害木) ​ 해가 저문 어느 날, 오막살이 토굴에 사는 노승(老僧) 앞에 더벅머리 학생이 하나 찾아왔다. 아버지가 써 준 편지를 꺼내면서 그는 사뭇 불안한 표정이었다. ​ 사연인즉, 이 망나니를 학교에서고 집에서고 더 이상 손댈 수 없으니, 스님이 알아서 사람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노승과 그의 아버지는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 편지를 보고 난 노승은 아무런 말도 없이 몸소 후원에 나가 늦은 저녁을 지어 왔다. 저녁을 먹인 뒤, 발을 씻으라고 대야에 가득 더운 물을 떠다 주는 것이었다. 이때 더벅머리의 눈에서는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아까부터 훈계가 있으리라 은근히 기다려지기까지 했지만 스님은 한 마디 말도 없이 시중만 들어주는 데 크게 감동한 것이었다. ​ 훈계라면 진저리가 .. 더보기
< 떠남을 위하여 > ​ 그렇다. 우리는 날마다 죽으면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만약 죽음이 없다면 삶 또한 무의미해질 것이다. ​ 삶의 배후에 죽음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삶이 빛날 수 있다. ​ 우리는 순간 순간 죽어가면서 다시 태어난다. 그러니 살 때는 삶에 전력을 기울여 뻐근히 살아야 하고, 일단 삶이 다하면 미련 없이 선뜻 버리고 떠나야 한다. ​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나그네인지 시시로 살펴보아야 한다. ​ - 법정 스님 ​ ​ 더보기
< 청빈한 양관 스님 > ​ 청빈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양관 스님 이야기입니다. 양관 스님이 산 속의 보잘것없는 작은 암자인 오흡암에서 지낼 때의 일입니다. 오흡암이란 하루에 한 사람이 겨우 먹고살 수 있도록 큰 절에서 식량을 다섯 홉씩 대준다 해서 생긴 이름입니다. ​ 그러나 양관 스님이 이곳에서 지낼 때는 그 다섯 홉의 식량마저 공급이 끊겨 스님이 손수 마을에 내려가 탁발 (스님이 집집마다 다니며 곡식이나 돈 등 보시 받는 일)을 해다 근근이 살아야 했습니다. ​ 이런 가난한 암자에 하루는 도둑이 들었습니다. 스님이 가진 거라고는 낡은 방석밖에 없었는데, 이 방석은 낮에는 깔고 앉고 밤에는 이불이 없어 대신 덮고 자는 물건이었습니다. ​ 도둑은 그 방석을 훔쳐 가려고 자고 있는 스님 곁으로 슬슬 다가왔.. 더보기
<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 오늘날 무한의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도 만족할 줄 모른다. ​ 이것이 현대인들의 공통된 병인 것이며, 그래서 늘 목이 마른 상태에 있는 것이다. ​ 겉으로는 번쩍거리고 잘 사는 것 같아도 정신적으로는 초라하고 궁핍하다. ​ 크고 많은 것만을 원하기 때문에 작은 것과 적은 것에서 오는 아름다움과 살뜰함과 사랑스러움과 고마움을 잃어버렸다. ​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 아름다움과 살뜰함과 사랑스러움과 고마움에 있다. ​ 나는 향기로운 차(茶) 한 잔으로 행복을 느낄 때가 있다. ​ 산 길을 지나다가 무심히 홀로 피어 있는 한 송이 제비꽃 앞에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 그 꽃을 통해서 하루의 일용할 양식을 얻을 수 있다. ​ 또, 다정한 친구로부터 들려.. 더보기
< 3층 누각 > ​ 옛날에 한 어리석은 부자가 살았습니다. 하루는 이 부자가 다른 부잣집에 가서 3층으로 된 누각을 보았습니다. 그 누각은 매우 멋지고 화려했습니다. 특히 3층 부분이 아름다웠습니다. ​ "오, 정말 마음에 드는 누각이다!" 부자는 몹시 부러워하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도 얼른 저런 3층 누각을 지어야겠다.' 부자는 집으로 돌아와 하인에게 훌륭한 목수를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얼마 후, 하인이 목수를 데려왔습니다. ​ 부자가 목수에게 물었습니다. "저 집에 있는 것과 같은 멋진 3층 누각을 지을 수 있는가?" 목수가 대답했습니다. "그 누각은 바로 제가 지은 것입니다.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얼른 누각을 지어다오." ​ 부자의 이 청에 따라 목수는 곧 땅을 고르고 벽돌을 .. 더보기
< 아름다운 마무리 > ​ 우리들 삶에서 때로는 지녔던 것을 내던져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움켜쥐었던 것을 놓아 버리지 않고는 묵은 수렁에서 벗어날 기약이 없다. ​ 우리들이 어쩌다 건강을 잃고 앓게 되면 우리 삶에서 무엇이 본질적인 것이고 비본질적인 것인지 스스로 알아차리게 된다. ​ 무엇이 가장 소중하고 무엇이 그저 그런 것인지 저절로 판단이 선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의 자취가 훤히 내다보인다. 값있는 삶이었는지 무가치한 삶이었는지 분명해진다. 언젠가 우리에게는 지녔던 모든 것을 놓아 버릴 때가 온다. ​ 반드시 온다! 그때 가서 아까워 망설인다면 그는 잘못 살아온 것이다. ​ 본래 내 것이 어디 있었던가. 한때 맡아 가지고 있었을 뿐인데. 그러니 시시로 큰마음 먹고 놓아 버리는 연습을 미리부터.. 더보기
< 세월이 덧없는 것이 아니다 > ​ 세월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니며 시간 속에 사는 우리가 가고 오고 변하는 것일 뿐이다. ​ 세월이 덧없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기 때문에 덧없는 것이다. ​ 해가 바뀌면 어린 사람은 한 살 더해지지만 나이든 사람은 한 살 줄어든다. ​ 되찾을 수 없는게 세월이니 시시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순간순간을 후회 없이 잘 살아야 한다. ​ 인간의 탐욕에는 끝이 없어 아무리 많이 가져도 만족할 줄 모른다. ​ 행복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가진것 만큼 행복한 것이 아니며, 가난은 결코 미덕이 아니며 '맑은 가난'을 내세우는 것은 탐욕을 멀리하기 위해서다. ​ 가진 것이 적든 많든 덕을 닦으면서 사는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잘살아야 한다.. 더보기
< 도반 > ​ ​ 진정한 도반은 내 영혼의 얼굴이다. ​ 내 마음의 소망이 응답한 것 ​ 도반을 위해 나즉히 기도할때 두 영혼은 하나가 된다. ​ 맑고 투명하게 서로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 그런 도반 사이에는 말이 없어도 모든 생각과 기대가 소리없는 기쁨으로 교류된다. ​ 이때 비로소 눈과 마음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하나가 된다. - 법정스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