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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길동무 얘기

[신앙인의 눈] 왜 사회교리인가 [신앙인의 눈] 왜 사회교리인가 사례 1. “장애인들이 간절하게 지하철을 기면서, 시민들과 충돌하면서 외쳤던 그 간절함을 이제는 국회가, 정치가, 기획재정부가 확실하게 답변해주길 바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1개월간 진행해온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잠시 멈추면서 낸 목소리다. 3호선, 4호선, 5호선 가릴 것 없이 그 바쁜 시간대에 시민들이 애꿎게도 지각사태에 내몰렸다. 필자도 그 불똥을 피해 갈 순 없었다. “우리도 소외받는 이들의 처지를 공감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게 존재 이유가 아닌가?” 많은 이들이 큰 불편을 감내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을 터다. 사례 2. “이태원 참사로 158명의 젊은이들이 졸지에 목숨을 잃은 것은 참 안타까워요. 최근에 어느 신부님의.. 더보기
농사 짓는 이유 농사 짓는 이유 강승수 신부(대전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 ​ 지난봄부터 논농사를 시작했다. 대전 유성구에 있는 ‘성언농장’ 수녀님들이 빌려주신 논 열 마지기에서 약 3톤의 쌀을 거두었다. 수녀님들은 그 정도면 평년작은 된다고 한다. ​ 헌데,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수록 빚이 늘어나요’라는 말씀을 하시는 이유를 알았다. 봄부터 들어간 써레질 삯, 이앙기 삯, 우렁이, 친환경 비료, 예초기 값, 콤바인 삯에다가 수녀원에 드릴 임대료까지 합해보니, 쌀을 팔아서 얻게 될 금액과 맞먹는 결과가 나왔다. 나의 올 한해 농사가 경제적으로 타산이 맞지 않았다 하여 헛일이었던가? 이렇게 타산도 맞지 않고 힘만 들어가는 농사를 농민들은 왜 계속하는 것일까? ​ 5월에 논에 물 대고 모내기하고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 더보기
언론의 침묵이 깨어진 이후 박원호 칼럼 언론의 침묵이 깨어진 이후 ​ 한국 민주주의의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성취를 내심 부러워하던 일본 정치가 한국 정치를 우습게 생각하기 시작한 정확한 시점이 있다. 바로 한국 검찰이 2014년 일본 산케이 신문의 가토 당시 한국지국장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때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가토의 칼럼, 가 문제였다. 애당초 일본 극우민족주의를 대변하면서 독도 문제 등에 있어서 가장 반한(反韓)적인 논조를 취해온 산케이 신문이, 현직 대통령의 “애정행각” 운운한 내용은 즉각 독도사랑 등의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되었고, 검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기소, 이듬해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하였다. ​ 해당 재판.. 더보기
“미안합니다.” 사설 칼럼 “미안합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추모의 글귀들이 붙어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삶의 창] 김소민 | 자유기고가 지난 13일 서울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로 올라가는 계단부터 포스트잇이 빼곡했다. 전날 밤 늦가을비가 내렸다. 시민들이 쓴 편지, 음료수, 과자, 곰돌이 인형 그리고 수북한 국화가 젖을까 자원봉사자들이 비닐을 덮어뒀다. 흰 스웨터를 입은 20대 여자가 골목 귀퉁이에 서서 추모편지를 쓰려는 사람들에게 펜과 포스트잇을 건넸다. 여자는 추워 보였다. 4시간 넘게 자원봉사자라고 쓰인 목걸이를 걸고 거기 있었다. “저기 저분 보이시죠. 저분 혼자 여기 정리하는 거 볼 수가 없어서 같이 있는 거예요.” 그가 가리킨 쪽엔 베레모를.. 더보기
재난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자 정동칼럼 재난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자 ​ 두 인터넷 매체가 10·29 참사 희생자 이름을 공개하고 나서 며칠째 동네가 시끄럽다. 판단은 어렵지 않다. 유족의 동의 없는 희생자 이름 공개는 문제가 있다. 재난 상황에서 언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는 우리 사회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재난 보도의 규범이 필요하다는 공론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겪으면서 떠올랐는데 ‘재난 보도 준칙’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진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경험하고 나서였다. 이 강령에는 지금 우리가 논란하고 있는 ‘피해자 보호’라는 가치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김태일 장안대 총장 다 아는 바와 같이, 과거에는 ‘재난 보도’가 아니라 ‘보도 재난’이라고 할 일들이 많았다. 피해자의 슬픔을 생생하게 전한답.. 더보기
정치의 부작위에 책임을 묻는다 사유와 성찰 정치의 부작위에 책임을 묻는다 ​ 아침 출근 자가용에서 라디오를 켰다. 클래식 라디오에서 해설은 없고 음울한 음악만 흘러나왔다. 눈물이 쏟아졌다. 학생들을 어떻게 대할 수 있을까.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사드가 불법으로 들어가던 2017년 4월과 9월, 밤새 성주 소성리에서 경찰에 짓밟힌 몸으로 눈물 흘리며 익산으로 차를 몰던 그때가 떠올랐다. 주민 100여명밖에 살지 않는 시골에 국가는 1만여명의 경찰을 두 차례에 걸쳐 밀어넣었다. 이태원 참사 때는 경찰 인원이 100분의 1에 불과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국가의 부재가 아니라, 권력자들에 의한 선택적 취사인 것이다. ​ 교양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말했다. 나는 선생으로, 이 사회구조를 만든 장본인 중 한 사람으로서 강단에 설.. 더보기
유가족 슬픔에 동참하며 성찰·쇄신의 목소리 높여야 유가족 슬픔에 동참하며 성찰·쇄신의 목소리 높여야 이태원 10·29 참사, 신앙인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 ▲ 지하철 이태원 역 앞에 참사 희상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사목자들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할 때 현실의 고통과 슬픔을 이겨낼 힘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승선 기자 교회는 우리의 현실에 필요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줘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겪는 어려움을 보고 듣고 공유하면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희망을 들려줘야 한다. ​온 국민은 세상을 떠난 모든 이와 특별히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위령 성월을 이틀 앞두고 발생한 서울 이태원 10·29 참사로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 156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고 197명이 다쳤다. 353명의.. 더보기
‘무능한 관료’라는 대참사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맨 오른쪽),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숨&결] 이주희 |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예기치 못한 죽음 뒤에는 치명적인 내상을 입고 남겨진 사람들이 있다. 나는 20대에 어머니를 잃었다. 심근경색으로 인한 급사였고, 미국에 있던 나를 포함해 가족 아무도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따라 죽어버리고 싶은 지독한 고통 속의 유일한 위안은 내가 죽고 엄마가 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다정했던 엄마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이런 절망을 결코 이겨낼 수 없을 것이므로. 그래서 자식을 잃은 비통함에 무너져버린 부모와 심하게 다친 자식을 애끓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