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곰삭한 맛 썸네일형 리스트형 [박노해 시인의 사진 에세이] 구름이 머무는 마을 [박노해 시인의 사진 에세이] 구름이 머무는 마을구름이 머무는 마을Pakistan, 2011. 눈부신 만년설산의 품에 안긴 작은 마을.이곳은 너무 높고 너무 춥고 척박한 땅.구름도 고개 돌려 잠시 머물다 길을 떠난다.손수 지은 흙집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부부는“나라와 부모를 선택해 태어날 수는 없지요.사람으로서 ‘어찌할 수 없음’은 기꺼이 받아들이고그 안에서 ‘어찌할 수 있음’은 최선을 다하는 거지요.”화롯불을 피워 따뜻한 차와 미소를 건네고가슴에 만년설 봉우리 하나 품고 가라며빨간 사과 한 보따리를 안겨 주신다.- 박노해 사진 에세이 「다른 길」 수록작 더보기 <입 속에서 나온 장미꽃> 그는 말에 대하여 골똘히 생각하였다.그리하여그는 3년 동안 벙어리 노릇을 하기로 하였다.그동안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얼마나 많은 말을 남발하는가를 지켜보았었다.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사랑한다’하고,그렇지 않은 것에도 ‘그렇다’하고.제일 한심스러운 일은 가짜를 가짜로 알면서도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짜’라고 증언하는 일이었다. 차라리 ‘침묵이 다른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이라는명언에 그는 동의하였다.그러나 말을 하지 않고서 평생을 지낼 순 없는 일이었다.그는 벙어리 노릇을 청산하면서한마디 낱말에만은 순결을 지키고자 마음먹었다.그 한마디 말을 고르고 고른 끝에그는 ‘사랑’이라는 낱말을 택하였다.이 세상 사람들이 어찌도 사랑이라는 말을 남용하는지그는 한때 이 말을 다른 낱말로 바꾸었으면 .. 더보기 새해 아침 새해 아침오늘도 해가 떠오릅니다그러나 어제의해가 아닙니다새로운 해새해가 떠오릅니다새로운 인생이 되라고서로 사랑을 나누며기쁘고 행복한 새해가 되라고오늘 아침새로운 해가 떠오릅니다아아, 그대여!아름다운 새해더욱 기쁘고 행복한날들이 되소서시와 그림=김용해(요한) 시인 더보기 <성당에 가면> 성당에 가면꽃들이 피고 있습니다마리아라는 꽃요셉이라는 꽃베드로, 요한, 엘리사벳, 토마스,무수한 꽃들이아름답게 피고 있습니다거룩하여라서로 웃고 반기면서서로 손을 잡고 기뻐하면서사랑이 된 꽃들이아름답게 피고 있습니다시와 그림=김용해(요한) 시인 더보기 <바보 예수> 그는 말이 없었습니다사람들이 자기를 미워해도빙그레 웃었습니다일을 할 때는 제일 더럽고어려운 곳을 맡아 했습니다그는 바보 같았습니다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며한마디 불평도 없었습니다자기를 위한 일은하나도 할 줄 모르고오직 남의 일만 부지런히 해주었습니다그는 배운 것도별로 없었습니다그러나 그의 믿음은누구도 따를수 없었습니다아마도 그는 사랑이란말이 무엇인지도모를 것입니다그러나 내가 아는 사람 중에그이만큼 사랑을 많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어느날 그는 한없이 울었습니다그리고 기도했습니다"주여, 당신의 뜻대로 하옵소서."우리는 그를 예수라고 부릅니다.- 김요한 에서 더보기 <아이가 온다> 애는 아무 생각 없이 태어나지아빠가 누구건 엄마가 어떻든어려운 시기건 앞날이 어쨌든그냥 세상에 첫울음을 질러버리지어쩌라고, 어쩔거야내가 태어났다니까내가 등장했다니까이런 세상에 너 어떻게 살 거냐고날 겁주지 말라니까이거 배우고 저거 잘하고남을 밟고 싸워 이기라고날 떠밀지 말라니까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인생내가 찾아서 간다니까, 내길부딪히고 쓰러지고 일어서고내가 해낸 게 진짜 나라니까애는 아무 생각 없이 새로운 생각을 하지아무 생각 없이 아닌데,싫은데, 반항하고아무 생각 없이 자기만의 길로 튕겨 가버리지애는 울음이건 침묵이건 재잘대건아무 생각 없이미래의 목소리를 질러버리지아무 생각 없이세상을 바꿔나가버리지애는 아무 생각 없이 태어나지애는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지애는 아무 생각 없이 승리하지- .. 더보기 <최소한의 것만을> 하늘이여 저에게최대한의 것을 허락하지 마시고최소한의 것만을 허락하소서최소한의 물질에서최대한의 기쁨을 누리는 능력을최소한의 지식에서 최대한의 지혜를 구하는 능력을최소한의 관계에서최대한의 우애를 가꾸는 능력을그리하여 하늘이여저에게 적은 소유로 기품 있는 삶 속에오로지 최대한의 사랑만을 허락하소서- 박노해 에서 더보기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오늘은 사랑 하나로 눈부신 날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검푸른 우주 어느 먼 곳에서그대와 내 별의 입맞춤이 있어떨리는 그 별빛 여기 도착해사랑의 입맞춤으로 환히 빛나니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오늘은 사랑 하나로 충분한 날우리 오늘처럼만 걸어가자바람 부는 길 위에서 그대와 나한 줌의 씨알처럼 가난할지라도가슴에 새긴 입맞춤 하나로함께 가는 걸음마다 꽃을 피우리니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오늘은 사랑 하나로 감사한 날우리 오늘처럼만 바라보자해와 별이 하루도 쉬지 않고 비추듯좋은 날도 힘든 날도 함께 앞을 바라보며세상의 아프고 힘든 또 다른 나와 함께이 한 생이 다하도록 깊어지는 사랑으로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박노해 에서 더보기 이전 1 2 3 4 5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