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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곰삭한 맛

<성당에 가면> 성당에 가면꽃들이 피고 있습니다​마리아라는 꽃요셉이라는 꽃베드로, 요한, 엘리사벳, 토마스,무수한 꽃들이아름답게 피고 있습니다​거룩하여라서로 웃고 반기면서서로 손을 잡고 기뻐하면서사랑이 된 꽃들이아름답게 피고 있습니다​시와 그림=김용해(요한) 시인 더보기
<바보 예수> ​그는 말이 없었습니다사람들이 자기를 미워해도빙그레 웃었습니다​일을 할 때는 제일 더럽고어려운 곳을 맡아 했습니다​그는 바보 같았습니다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며한마디 불평도 없었습니다​자기를 위한 일은하나도 할 줄 모르고오직 남의 일만 부지런히 해주었습니다​그는 배운 것도별로 없었습니다그러나 그의 믿음은누구도 따를수 없었습니다​아마도 그는 사랑이란말이 무엇인지도모를 것입니다​그러나 내가 아는 사람 중에그이만큼 사랑을 많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어느날 그는 한없이 울었습니다그리고 기도했습니다​"주여, 당신의 뜻대로 하옵소서."우리는 그를 예수라고 부릅니다.​- 김요한 에서 더보기
<아이가 온다> ​애는 아무 생각 없이 태어나지아빠가 누구건 엄마가 어떻든어려운 시기건 앞날이 어쨌든그냥 세상에 첫울음을 질러버리지​어쩌라고, 어쩔거야내가 태어났다니까내가 등장했다니까​이런 세상에 너 어떻게 살 거냐고날 겁주지 말라니까이거 배우고 저거 잘하고남을 밟고 싸워 이기라고날 떠밀지 말라니까​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인생내가 찾아서 간다니까, 내길부딪히고 쓰러지고 일어서고내가 해낸 게 진짜 나라니까​애는 아무 생각 없이 새로운 생각을 하지아무 생각 없이 아닌데,싫은데, 반항하고아무 생각 없이 자기만의 길로 튕겨 가버리지​애는 울음이건 침묵이건 재잘대건아무 생각 없이미래의 목소리를 질러버리지아무 생각 없이세상을 바꿔나가버리지​애는 아무 생각 없이 태어나지애는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지애는 아무 생각 없이 승리하지​- .. 더보기
<최소한의 것만을> ​하늘이여 저에게최대한의 것을 허락하지 마시고최소한의 것만을 허락하소서​최소한의 물질에서최대한의 기쁨을 누리는 능력을​최소한의 지식에서 최대한의 지혜를 구하는 능력을​최소한의 관계에서최대한의 우애를 가꾸는 능력을​그리하여 하늘이여저에게 적은 소유로 기품 있는 삶 속에오로지 최대한의 사랑만을 허락하소서​- 박노해 에서 더보기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오늘은 사랑 하나로 눈부신 날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검푸른 우주 어느 먼 곳에서그대와 내 별의 입맞춤이 있어떨리는 그 별빛 여기 도착해사랑의 입맞춤으로 환히 빛나니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오늘은 사랑 하나로 충분한 날우리 오늘처럼만 걸어가자바람 부는 길 위에서 그대와 나한 줌의 씨알처럼 가난할지라도가슴에 새긴 입맞춤 하나로함께 가는 걸음마다 꽃을 피우리니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오늘은 사랑 하나로 감사한 날우리 오늘처럼만 바라보자해와 별이 하루도 쉬지 않고 비추듯좋은 날도 힘든 날도 함께 앞을 바라보며세상의 아프고 힘든 또 다른 나와 함께이 한 생이 다하도록 깊어지는 사랑으로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박노해 에서 더보기
[묵상시와 그림] 말씀 [묵상시와 그림] 말씀하느님께서 말씀하시네햇빛으로 말씀하시고바람으로 말씀하시고새들의 노래로 말씀하시네​​아는 사람은 알고들을 수 있는 사람은 들으라고​​“내가 너희에게새 계명을 준다서로 사랑하여라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시와 그림=김용해(요한) 시인 더보기
역사 속 오늘, 6월 2일에 일어난 일: 역사 속 오늘, 6월 2일에 일어난 일: 1942년 - 미드웨이 해전이 시작되었다.1953년 - 영국에서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이 열렸으며, 대관식이 영국 역사상 최초로 TV로 생중계되었다.1970년 - 〈오적〉 필자 김지하와 사장 부완혁 등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1993년 - 한국 최초 잠수함 장보고함, 진해 기지에서 취역.1994년 - 영국 공군 소속의 CH-47 치누크가 스코틀랜드에서 추락하여 29명 탑승자 전원 사망.2023년 - 인도 오디샤 주에서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하여 200여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오늘의 묵상: 오적 필화사건과 김지하1970년 6월 2일, 54년 전 오늘, 〈오적〉의 필자 시인 김지하와 사장 부완혁 등이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박정희정권 시기에는 .. 더보기
<그래도 미움으로 살지 말거라> ​어머님 집에서 자고 난 아침눈을 뜨니 어머니가 이마를 짚은 채나를 내려다보고 계셨다​아직도 많이 아프냐아?고문 독은 평생을 간다더니...​아뇨, 어제 좀 고단해서요나는 황급히 일어나 상한 몸을 감추며태연히 얼굴을 씻는다​어머니가 기도를 마친 후 곁에 앉아가만가만 두런거리신다​이승만 죽고 박정희 죽을 때도 나는 기도했다전두환 노태우 감옥 갈 때도 나는 기도했다잊지는 말아라 용서도 말거라그래도 미움으로 살지 말거라​죽은 내 어머니는 그럤다사람은, 미움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고인생은, 사랑으로 살아내야 한다고곧고 선한 마음으로 끝내 이겨내야 한다고​- 박노해 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