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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곰삭한 맛

사과 나무 사과 나무 사람들은 누구나 욕심을 심었습니다 ​ 어떤 사람은 돈을 심고 어떤 사람은 권력을 심고 또 어떤 사람은 명예를 심었습니다 ​ 그러나 한 노인은 사과 나무를 심었습니다 ​ 사람들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지금 사과 나무를 심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 그러자 노인이 말했습니다 이 나무가 자라서 사과가 열리면 당신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고 ​ 시와 그림=김용해(요한) 시인 더보기
「눈물꽃 소년(내 어린 날의 이야기)」 「눈물꽃 소년(내 어린 날의 이야기)」 박노해 글·그림/256쪽/1만8000원/느린걸음 마음에 어둠 없던 순수의 시절, 오늘의 나를 만들었네 박노해(가스파르) 시인의 첫 자전 수필이자 그가 처음으로 전하는 어린 날의 이야기다. ​ 박 시인을 떠올리면 노동운동가와 민주화 투사로 사형을 구형받고 감옥 독방에 갇혔던 혁명가, 독재 시절 「노동의 새벽」 등을 통해 생생한 시어로 시대와 영혼을 흔들었던 시인, 가난과 분쟁의 지구마을 아이들 곁에서 함께 울어주는 친구 등이 스쳐 간다. “무슨 힘으로 그런 삶을 살 수 있었나요?” 독자들이 그에게 가장 많이 건네는 질문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모든 것은 ‘눈물꽃 소년’에서 시작됐다”고 답한다. ​ 책에는 남도의 작은 마을 동강에서 성장해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더보기
소중한 것 소중한 것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우리 생활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나 살 수 있네요 ​ 돈만 주면 음식도 사고 옷도 사고 집도 차도 살 수 있네요 ​ 그러나 사랑은 살 수 없네요 행복도 살 수 없고 평화나 정의도 살 수 없네요 ​ 아아, 그렇네요 우리 삶에 소중한 것은 진실과 정직한 마음 돈으로는 살 수 없네요 ​ 시와 그림=김용해(요한) 시인 더보기
이 보게 친구(서산 대사 시) 이 보게 친구(서산 대사 시) ​ 살아 숨 쉬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이 마시고 마신 숨 다시 쉬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이 마신 숨 내 쉬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은 것이지. ​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은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 인줄 뻔히 알면서 ​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 길 가는대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려니 쓸 많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 자네가 움켜 쥔게 웬 만큼 되거들랑 자네 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 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 더보기
<기도> ㅡ 구상 시 모음 ㅡ 구상 시 모음 ​ 땅이 꺼지는 이 요란 속에서도 언제나 당신의 속사귐에 귀 기울이게 하옵소서. ​ 내 눈을 스쳐가는 허깨비와 무지개가 당신 빛으로 스러지게 하옵소서. ​ 부끄러운 이 알몸을 가리울 풀잎 하나 주옵소서. ​ 나의 노래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내 혀를 닳게 하옵소서. ​ 이제 다가오는 불 장마 속에서 '노아'의 배를 타게 하옵소서. ​ 그러나 저기 꽃잎 모양 스러져 가는 어린 양들과 한 가지로 있게 하옵소서. ​ ​ 네 꼬라지에 어줍잖게 그리 생각에 잠겨 있느냐고 비웃지 말라. ​ 내가 기가 차고 어안이벙벙해서 말문마저 막히는 것은 ​ 글쎄, 저 글쎄 말이다. 이른바 어른들이 벌리고 있는 이 세상살이라는 게, 그 모조리 거짓에 차있다는 사실이다. ​ 저들은 정의를 외치며 불의.. 더보기
삶의 이야기 삶의 이야기 ​ 내 삶에는 기쁨이 사네 기도가 살고 축복도 사네 ​ 때로는 슬픔이 살고 아픔도 살지만 그때마다 하느님 사랑으로 감싸주면서 기쁘게 기쁘게 사네 ​ 아아, 알렐루야! ​ 시와 그림=김용해(요한) 시인 더보기
<흙의 말씀> ​ 당신의 구두에 흙을 털어낸다. ​ 진 땅을 밟아 온 세상 이야기 낱낱의 기행紀行을 털어내고 있다. ​ 공간을 나르는 새의 날개 먹이를 물고 오는 어미 주둥이 씨앗을 껴안는 흙의 말씀 ​ 구슬이 떨어진다. 당신의 피로 물드는 절정의 흙 ​ 흙의 말씀 들린다. 진 땅을 가려 딛는 발소리 ​ 뼈가 파이는 굵은 빗줄기가 머릿속 깊이깊이 퍼붓고 있다. ​ 흙을 털어낸다. 진흙 속에 빠져 온 당신의 하루 당신의 침묵이 비로소 열린다. 신달자 시선집 에서 ​ 더보기
<지는 해 좋다> ​ 지는 해 좋다 볕바른 창가에 앉은 여자 눈 밑에 가늘은 잔주름을 만들며 웃고 있다 ​ 이제 서둘지 않으리라 두 손 맞잡고 밤을 새워 울지도 않으리라 ​ 그녀 두 눈 속에 내가 있음을 내가 알고 나의 마음속에 그녀가 살고 있음을 그녀가 안다 지는 해 좋다 산그늘이 또 다른 산의 아랫도리를 가린다 ​ 그늘에 덮이고 남은 산의 정수리가 더욱 환하게 빛난다. - 나태주 시집 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