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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묵상 옹달샘-이해인

< 부활절의 기쁨으로 > ​ 당신이 안 계신 빈 무덤 앞에서 죽음 같은 절망과 슬픔으로 가슴이 미어지던 저에게 다시 살아오신 주님 ​ 이젠 저도 당신과 함께 다시 살게 된 기쁨을 감사드립니다 ​ 시들지 않는 이 기쁨을 날마다 새롭게 가꾸겠습니다 혼자서만 지니지 않고 더 많은 이들과 나누겠습니다 ​ 빈 무덤에 갇혀 있던 오래된 그리움을 꺼내 꽃다발로 엮어 들고 당신을 뵈오러 뛰어가겠습니다 ​ 이토록 설레는 반가움으로 당신을 향해 달려가는 저에게서 지난날의 불안과 두려움의 돌덩이는 멀리 치워 주십시오 ​ 죽음의 어둠을 넘어서 빛으로 살아오신 주님 산도 언덕도 나무도 풀포기도 당신을 반기며 알렐루야를 외치는 이날 ​ 다시 살아오신 당신께 살아 있는 저를 다시 바치오니 사랑으로 받아 주소서 기쁨의 향유를 온 세.. 더보기
< 부활절의 기도 > ​ 당신께 받은 사랑을 사랑으로 돌려 드리지 못한 저의 어리석음조차 사랑으로 덮어 주신 당신 앞에 ​ 한 생애를 굽이쳐 흐르는 눈물의 강은 당신께 드리는 저의 기도입니다 ​ 깊고 적막한 마음의 동굴 속에 수없이 얼어붙은 절망의 고드름들을 희망의 칼로 깨뜨리며 일어서는 부활절 아침 ​ 오늘은 흰 옷 입은 천사처럼 저도 뉘우침의 눈물로 표백된 새 옷을 차려 입고 부활하신 당신을 맞게 하소서 ​ 막달라 마리아처럼 뜨거운 사랑과 아름다운 향유도 지니지 못한 미련한 저이오나 온 우주에 구원의 꽃을 피우신 당신을 기리기 위해 가장 날랜 기쁨의 발걸음으로 달려가게 하소서 ​ 시몬 베드로의 겸손한 마음으로 저도 당신께 다가가서 가슴에 출렁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고백하고 싶나이다 "아시는 바와.. 더보기
< 사랑과 침묵과 기도의 사순절에 > ​ 주님, 제가 좀 더 사랑하지 못하였기에 십자가 앞에서 사랑을 새롭히는 사순절이 되면 닦아야 할 유리창이 많은 듯 제 마음도 조금씩 바빠집니다 ​ 제 삶의 일과표엔 언제나 당신을 첫 자리에 두고서도 실제로는 당신을 첫 자리에 모시지 못했음을 용서하소서 ​ 올해도 우선 작은 일부터 사랑으로 이렇게 적혀있는 마음의 수첩에 당신의 싸인을 받고 싶습니다 ​ 주님, 성당 입구에서 성수를 찍거나 문을 열고 닫거나 화분에 물을 주는 것과 같은 저의 조그만 행위를 통해서도 당신은 끊임없이 찬미 받으소서 ​ 식사하거나 이야기하거나 그릇을 닦거나 걸레를 빠는 것과 같은 일상의 행위를 통해서도 당신을 변함없이 사랑하게 하소서 ​ 주님, 제가 좀 더 침묵하지 못하였기에 십자가 앞에서 침.. 더보기
<성 요셉을 기리며> ​ 3월의 바람 속에 제일 먼저 불러보는 당신의 이름 그 이름 앞에 새삼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 당신의 생애는 그대로 한 편의 시였음을 3월의 바람이 일러 줍니다 ​ 그 깊은 침묵은 하늘이 땅으로 내려오게 했고 그 강한 인내는 위선과 고집의 바위를 뚫게 했으며 그 맑은 겸손은 인류를 하나로 묶는 따뜻한 강이 되었습니다 ​ 삶이 고달플 때 당신을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 때 때로는 울면서 당신을 기억합니다 ​ 긴 말 필요 없는 침묵 속에 어느새 넓은 평화로 위로가 되어 주는 당신이 계시기에 행복합니다 ​ 예수님을 키우신 그 사랑으로 우리를 지켜 주소서 성모님과 함께하신 그 사랑으로 우리와 함께 하소서 당신을 닮아 우리의 삶이 고통 속에서도 감사로 이어지게 하소서 ​ - 이해인 더보기
<천국에 대한 생각> ​ 하늘에서 숲에서 새들이 노래하고 땅에는 꽃들이 많이 피고 나비가 날아오면 여기가 천국인가 늘 감탄하곤 했지요 ​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기억력이 감퇴할수록 내가 나를 알아보고 다른 이를 알아보고 매일매일 함께 사는 기쁨을 새롭게 감사할 수 있으니 여기가 천국인 것 같네요 ​ 아주 먼 그 나라는 안 가봐서 모르겠고 지금 여기야말로 미리 누리는 천국이란 생각을 하며 명랑한 웃음을 되찾는 중이에요 ​ - 이해인의 햇빛 일기에서 - 더보기
<작은 결심> ​ 세상에 머물 생의 길이가 조금씩 더 짧아질수록 ​ 나는 마음의 날씨를 밝게 가꾸고 변덕을 피해야겠다 ​ 사랑의 폭을 관대함으로 넓혀가야겠다 새롭게 만나는 시간의 결을 조심조심 맑고 곱게 가꾸어가야겠다 ​ 그리고 기도의 지향을 단순하게 정해야겠다 오늘은 이 결심만으로도 충분하고 충분하다 ​ - 이해인의 햇빛 일기에서 - ​ 더보기
< 나눔에 대한 묵상기도 >​ ​ 주여 당신의 생애는 그렇게도 철저한 나눔의 생애로 부서졌건만 우리의 날들은 어찌 이러 소유를 위해서만 숨이 차게 바쁜지 시시로 당신 앞에 성찰하게 하소서 ​ 진정 당신 안에서가 아니면 나눔의 참뜻을 알지 못하는 우리 당신이 세상에서 모범을 보이신 대로 아낌없이 모든 것 내어주고도 한끝의 후회가 없는 너그럽고 순수한 마음을 주소서 ​ 나눔은 언제나 자신을 주는 행위입니다 ​ 나의 생각, 나의 말, 나의 미소, 나의 기쁨, 나의 재능, 나의 지식 그리고 나의 물건과 그밖의 모든 것을 나누는 것이 바로 내 생명의 일부를 주는 경건한 행위임을 잊지 않게 하소서 ​ 나의 정성과 나의 노력과 나의 시간과 나의 마음을 더 많이 바칠수록 남에게 더욱 빛나는 선물이 됨을 항시 기억하게 하.. 더보기
<어느 날의 단상 2> ​ 약도 음식도 누워서 먹고..... 누워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람은 누운 채로 멀리멀리 가는 것이겠지 ​ 누가 아프다고 하면 죽었다고 하면 나도 같이 아프다 ​ 슬픔을 잊어보려고 사과 한 알을 먹는다 햇빛, 바람, 시간도 함께 먹는다 ​ 무얼 먹는다고 슬픔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힘이 생기니까 ​ 힘이 있어야 마음 놓고 슬픔 속에 빠져 울어볼 수도 있는 것이니까 ​ - 이해인 에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