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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묵상 옹달샘-이해인

< 말을 위한 기도 >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수없이 뿌려놓은 말의 씨들이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조용히 헤아려볼 때가 있습니다.​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더러는 허공에 사라지고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 속에서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주여 !내가 지닌 언어의 나무에도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주렁주렁 달려있습니다.​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살아있는 동안 내가 한 말은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그러나 말이 없이는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매일매일 돌처럼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해도슬기로운 말.. 더보기
<나무의 사랑법> URL 복사  통계 본문 기타 기능 ​자꾸만 가까이기대고 싶어 하지만 서로의 거리를 두어야잘 보이고침묵을 잘해야할 말이 떠오릅니다​남의 말을듣고 또 듣는 것이사랑의 방법입니다침묵 속에 기다리는 것이지혜의 발견입니다​아파도 슬퍼도쉽게 울지않고견디고 또 견디는 것이기도의 완성입니다​사계절 내내 중심 잡고서 있기 힘들 때도 많지만그래도 기쁘게 사는 것은흐르는 세월 속에땅 깊이 내려가는 뿌리하늘로 뻗어가는 줄기바람에 춤추는 잎사귀들덕분입니다​오늘도 사랑받고사랑하는 저를사랑으로지켜봐부십시오​늘 고맙습니다.​- 이해인 꽃잎 한 장처럼에서 - 더보기
<사랑의 인사> 캐나다 한마음 성당 여러분께​사막에서도나를살게 하셨습니다​쓰디쓴 목마름도필요한 양식으로주셨습니다​내 푸른 살을고통의 가시들로축복하신 당신​피 묻은인고의 세월견딜 힘도 주셨습니다​그리하여살아 있는그 어느날​가장 긴 가시 끝에가장 화려한 꽃 한 송이피워 물게 하셨습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 더보기
<가난한 새의 기도> ​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 주십시오.​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도록 해 주십시오.​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사랑을 위해 선택한 가난이기에모든 것 버리고도 가진 것 나누어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맛보게 해 주십시오.​오직 사랑 하나로눈물 속에서도 기쁨이 넘쳐날 약속의 삶에햇살로 넘치는 축복​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의 평화여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나에게더 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이해인 수녀 더보기
<가을 편지> 이끼 낀 바위처럼정답고 든든한 나의 사랑이여당신 이름이 묻어 오는 가을 기슭엔수 만 개의 흰 국화가 떨고 있습니다.​화려한 슬픔의 꽃술을 달고하나의 꽃으로 내가 흔들립니다.당신을 위하여소리없이 소리없이피었다 지고 싶은.​- 이해인 수녀님의 [가을 편지] 중에서 -​ 더보기
<기도 편지-구상 세례자 요한 선생님께> 구상 세례자 요한 선생님께​세상엔 시가 필요하다고유언처럼 말씀하신 시인 선생님오늘 우리는 모두각자의 자리에서 바삐 지내다가이렇게 아름다운 수도원 성당에11월의 나뭇잎을 닮은하나의 시가 되고 노랙 되어기도하는 마음으로 모였습니다​하늘과 바람과 별의 시인 윤동주와도같은 해에 태어나신강과 밭과 예수님의 시인 구상 선생님탄생 100주년은 세상에서아무나 축하받는 것이 아니겠지요후대에도 기억될 만큼그 삶이 훌륭했다는 증거겠지요​잠든 혼에 불을 놓는 예언자적 시인으로삶을 관조하고 연구하는 철학자로깊이 명상하는 기도자로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언론인으로문학을 가르치는 넓은 마음의 스승으로오랜 세월 우리에게 기쁨을 주셨습니다​남에겐 관대하고 스스로에겐 엄격하게 대하는 것이덕과 지혜임을 일러주셨습니다우정을 잘 가꾸는 당신만의.. 더보기
<시간의 새 얼굴> ​젊은 날엔더디 가던 시간이나이 드니너무 빨리 간다고그래서 아쉽다고누군가 한숨 쉬며 말했지​시간은 언제나 살아서새 얼굴로 온다빨리 가서 아쉽다고허무하다고 말하지 않고새 얼굴로 다시 오는 거라고살아 있는 내가웃으며 말하겠다​날마다 일어나서시간이 내게 주는희망의 옷을 입고희망의 신발을 신고희망의 사람들을 만난다희망을 믿으면 희망이 온다슬픔도 희망이 된다​아프다고 힘들다고푸념하는 그 시간에오늘도 조금씩인내와 절제로 맛을 내는희망을 키워야지​마침내는 시간의 은총 속에나 자신이 희망으로 태어나이 세상 누군가에게하나의 선물로 안길 때까지!​- 이해인에서 더보기
<비 오는 날의 연가> ​스무 살에 수녀원에 와서제일 먼저비에 대한 시를 썼다풀잎 끝에 달린빗방울이 눈부셨다비를 맞으며많이 웃었다​일흔 살 넘은 지금비가 오면몸이 많이 아파서마음 놓고 웃을 수는 없지만​떨어지는 빗줄기기도로 스며들고빗방울은 통통 튀는노래로 살아오니​힘든 사람부터사랑해야겠다우는 사람부터 달래야겠다​살아 있는 동안은언제 어디서나메마름을 적시는비가 되어야겠다아니 죽어서도한줄기 비가 되어야겠다​- 이해인 꽃잎 한 장처럼 에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