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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묵상 옹달샘-이해인

< 순례자의 기도 > 위령 성월 ​ 저무는 11월에 한 장 낙엽이 바람에 업혀 가듯 그렇게 조용히 떠나가게 하소서 ​ 그 이름 사랑이신 주님 사랑하는 이에게도 더러는 잊혀지는 시간을 서러워하지 않는 마음을 주소서 ​ 길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가 손님일 뿐 아무도 내 최후의 행방을 묻는 주인 될 수 없음을 알아듣게 하소서 ​ 그 이름 빛이신 주님 한 점 흰구름 하늘에 실려 가듯 그렇게 조용히 당신을 향해 흘러가게 하소서 ​ 죽은 이를 땅에 묻고 와서도 노래할 수 있는 계절 차가운 두 손으로 촛불을 켜게 하소서 ​ 해 저문 가을 들녘에 말없이 누워 있는 볏단처럼 죽어서야 다시 사는 영원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소서 ​ - 이해인 에서 ​ ​ 더보기
< 가신 이에게 > 갈꽃 같은 얼굴로 바람 속에 있었습니다. 춥고 어두운 땅 밑에 누워 하얗게 사위어 가는 당신이 지금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당신이 살아 있는 이들보다 더 깊고 맑은 영혼의 말을 건네 주십니다 당신의 말은 나비가 되어 나의 하늘에서 춤을 추고 그것은 또 꽃이 되어 내 마음밭에 피고 하나의 별이 되어 어둔 밤을 밝힙니다 시시로 버림받고 시시로 잊혀지는 당신의 목쉰 소리는 이승과 저승을 잇는 바람같은 기도가 되어 내가 믿지 않은 사랑하지 않은 잃어버린 시간들을 울게 하고 있습니다 스산한 바람이 눈물을 뿌려 꽃도 피지 않은 당신 무덤가에 오면 살아서도 조금씩 내가 죽어 가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당신이 누운 어둠의 골짜기 강 건너 저편엔 순간마다 촛불 켜는 누군가의 큰 손이 새벽종을 치는.. 더보기
<용서의 기쁨 ...이해인> 대표사진 삭제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산다는 것은 날마다 새롭게 용서하는 용기 용서 받는 겸손이라고 일기에 썼습니다 마음의 평화가 없는 것은 용서가 없기 때문이라고 기쁨이 없는 것은 사랑이 없기 때문이라고 나직이 고백합니다 수백 번 입으로 외우는 기도보다 한 번 크게 용서하는 행동이 더 힘있는 기도일 때도 많습니다 누가 나를 무시하고 오해해도 용서할 수 있기를 누가 나를 속이고 모욕해도 용서할 수 있기를 간절히 청하며 무릎을 꿇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은 용서하는 기쁨 용서받는 기쁨입니다 더보기
이해인 수녀의 '해인글방' ep.14 <소나무 연가> 더보기
이해인 수녀의 '해인글방' ep.13 <보름달에게 2> 더보기
<기다리는 행복> ​ 온 생애를 두고 내가 만나야 할 행복의 모습은 수수한 옷차림의 기다림 입니다 ​ 겨울 항아리에 담긴 포도주처럼 나의 言語를 익혀 내 복된 삶의 즙을 짜겠습니다 ​ 밀물이 오면 썰물을 꽃이 지면 열매를 어둠이 구워 내는 빛을 기다리며 살겠습니다 ​ 나의 친구여 당신이 잃어버린 나를 만나러 더 이상 먼 곳을 헤매지 마십시오 ​ 내가 길들인 기다림의 日常 속에 머무는 나 ​ 때로는 눈물 흘리며 내가 만나야 할 행복의 모습은 오랜 나날 상처받고도 죽지 않는 기다림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나의 소임입니다 ​ - 이해인 더보기
이해인 수녀의 '해인글방' ep.12<엄마를 부르는 동안 더보기
이해인 수녀의 '해인글방'ep.11<사랑의 길 위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