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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목 축일 샘-法頂

< 깨어 있고자 하는 사람은 > ​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삶의 매듭들이 지어진다. 그런 매듭을 통해서 안으로 여물어 간다. ​ 흔히 이 육신이 내 몸인 줄 알고 지내는 데 병이 들어 앓게 되면 내 몸이 내가 아님을 인식하게 된다. 내 몸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 병을 치료하면서 속으로 염원했다. 이 병고를 거치면서 보다 너그럽고, 따뜻하고, 친절하고, 이해심 많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고자 했다. ​ 묵묵히 서 있는 겨울 나무들을 바라보고 더러는 거칠거칠한 줄기들을 쓰다듬으며 내 속에 고인 말들을 전한다. 겨울 나무들에게 두런두런 말을 걸고 있으면 가슴이 따뜻하게 차오른다. ​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보다 살아 있는 동안 내부에서 무언가가 죽어 간다는 사실에 .. 더보기
<자비심이 진리를 본다> ​ 가치 있는 삶이란 욕망을 충족시키는 삶이 아니다. 욕망은 새로운 자극으로 더 큰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 욕망을 채워가는 삶이란 가치 있는 삶이라 할 수 없다. 가치 있는 삶이란 의미를 채우는 삶이다. ​ 새롭게 피어나는 꽃처럼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삶이다. ​ - 法頂 스님 더보기
< 외로움 > ​ 혼자 사는 사람들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 세상사람 누구나 자기 그림자를 이끌고 살아가고 있으며, 자기 그림자를 되돌아보면 다 외롭기 마련이다. ​ 외로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무딘 사람이다. ​ 너무 외로움에 젖어 있어도 문제이지만 때로는 옆구리께를 스쳐 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을 통해서 자기 정화, 자기 삶을 맑힐 수가 있다. ​ 따라서 가끔은 시장기 같은 외로움을 느껴야 한다. ​ - 법정 스님의 잠언집에서- 더보기
<법정 스님이 들려 주는 茶詩>​ ​ 차 한 잔은 목과 입을 축여 주고 두 잔을 마시면 외롭지 않고 석 잔째엔 가슴이 열리고 ​ 네 잔은 가벼운 땀이나 기분이 상쾌해지며 다섯 잔은 정신이 맑아지고 여섯 잔은 신선과 통하며 일곱 잔엔 옆 겨드랑이에서 맑은 바람이 나온다. 더보기
<섣달 그믐밤> ​ 좋은 음악은 무디어지거나 녹슬기 쉬운 인간의 감성을 맑고 투명하게 다스려준다. 진짜 예술가는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기쁨을 나누어 주는 영원히 살아 숨쉬는 불멸의 혼이다. 이래서 인생은 덧없고 짧지만 예술은 길다고 했는가. ​ 출가 수행승에게는 마음 붙여 몸담아 사는 곳이 제 집이요 제 고향이다. 명절이라고 해서 찾아 나설 집과 고향이 따로 있지 않다. 세월 밖에서 살고자 하기 때문에 육신의 나이 또한 헤아리지 않는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면서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아갈 뿐이다. ​ 거처만 하더라도 기댈 만하면 인연 따라 기대어 산다. 세상에서처럼 개인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천하가 다 내 것이 아니면서도 또한 내 것일 수 있다. 구름이나 물처럼 흐르다가 잠시 멈추어.. 더보기
<보살핌 안에 구원이 있다.>​ ​ 며칠 전 문안을 드리기 위해 한 노스님을 찾아뵌 일이 있다. 한동안 뵙지 못해 안부가 궁금했고 의논드릴 일이 있어, 산중의 암자로 찾아갔었다. 그날은 눈발이 흩날리는 영하의 날씨였는데 노스님이 거처하는 방안이 냉돌처럼 썰렁했다. 왜 방이 이렇게 차갑냐고 여쭈었더니 노스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 “요즘 세상에서는 한뎃잠 자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시주-밥 먹고 사는 중이 어찌 방안을 따뜻하게 할 수 있겠는가.” ​ 썰렁했던 노스님의 방 산중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땔감을 두고도 일부러 군불을 조금밖에 지피지 않아 썰렁한 방안---. 노숙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팔십 노인의 그 꿋꿋한 의지에 나는 더 할 말이 없었다. ​ 그날 그처럼 썰렁했던 노스님의 방이 요즘의 내게는 화두처럼 가슴에 걸려 있다. 겨.. 더보기
<맑은 물을 위해 숲을 가꾸자> ​ 한참 장작을 팼더니 목이 말랐다. 개울가에 나가 물을 한바가지 떠마셨다. 이내 갈증이 가시고, 새 기운이 돌았다. ​ 목이 마를 때 마시는 생수는 갈증을 달래줄 뿐 아니라 소모된 기운을 북돋워준다. ​ 이 시원한 생수를 어찌 가게에서 파는 달착지근한 청량음료와 견줄 수 있을 것인가. ​ 산골에 사는 덕에 맑게 흐르는 물을 마음대로 거저 마시고 쓸 수 있음을 다행하고 고맙게 여기고 있다. ​ - 법정 스님 더보기
<인간의 가슴을 잃지 않는다면> 불교의 경전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과거를 따르지 말라. 미래를 바라지 말라. 한번 지나가 버린 것은 이미 버려진 것, ​ 그리고 미래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다만 오늘 해야 할 일에 부지런히 힘쓰라. 그 누가 내일 죽음이 닥칠지 알 것인가." ​ 저마다 지금 바로 그 자리에서 한눈팔지 말고 최선을 기울여 최대한으로 살라는 가르침이다. ​ 우리들이 인간의 가슴을 잃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얼마든지 밝은 세상이 될 수 있다. ​ 그러나 그 가슴을 잃게 되면 아무리 많이 차지하고 산다 할지라도 세상은 암흑으로 전락하고 만다. ​ - 법정 스님 더보기